2021. 7. 21 - 8. 21

Anthropause

PKM Gallery

PKM 갤러리는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국내외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강이연 개인전 <앤트로포즈Anthropause>를 8월21일까지 개최한다. 전시 기간에는 갤러리 전체가 몰입형 공간으로 바뀐다. 관람객이 이 곳에 들어서는 순간, 최신작 ‘무한Infinite’과 ‘유한Finite’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인간이 유한한 삶 가운데서 팬데믹을 겪으며 활동을 일시적으로 멈추고 있는 지금 시점을, 작가가 깊이 고찰한 작품들이다.

강이연은 영상과 사운드로 공간을 빚어내는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작업을 거쳐 우리에게 끊임없이 서사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말한다. ‘인류는 환상에 사로잡혀 모든 존재가 유한하다는 진실을 망각했다’고. 끝없이 팽창하는 디지털 데이터처럼 삶도 양과 질이 무한하다고 생각한 인간은 분별없는 행위를 이어갔다. 그 결과, 팬데믹이 발생하였고 인간 활동은 일시적으로 둔화하고 있다. 작가는 ‘인류 일시-정지anthropause’ 현상에 가려져 있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어 우리 미래가 가치있게 변하기를 바라며 작품에 담았다.

Yiyun Kang. Finite, 2021, Immersive audio-visual installation/ 5 projections, 12-channel audio duration: 6' 20," ed. 1/5 + 1 AP.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무한’은 정밀하게 설계한 원형 스크린이 끝없이 회전하면, 빛과 영상을 투사하는 작업이다. 영상은 1880년부터 지금까지 150년 동안 탄소 배출량에 따라 변하는 환경을 암시하고, 그에 따라 전시장 안이 시시각각 달라진다. 1분, 30초, 15초로 속도가 더해진다. 작가는 이처럼 인류의 행위에 따라 기후가 바뀌는 인과 관계를 표현하였고, 그 끝없는 과정에 삶이 한정된 인간이 속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다른 작품 ‘유한’은 규모로 압도하는 영상/사운드 작업이다. 타오르는 숲을 고층 빌딩이 덮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산맥을 디지털로 만든 장면에 숲으로부터 생긴 파동, 도시 소음, 제 1·2차 세계대전 당시 녹음한 소리 그리고 현악 이중주가 더해져 현장감이 넘친다. 인류가 영속하려는 이유로 지구상에 자원이 고갈되는 현상을 공감각적으로 풀어냈다.

강이연. Finite, 2021, Immersive audio-visual installation/ 5 projections, 12-channel audio duration: 6' 20," ed. 1/5 + 1 AP.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강이연은 전시장에 인공 환경 ‘무한’과 ‘유한’을 만들었다. 그리고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사유하도록 한다. ‘일시정지’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또 다른 시작이다.

Sotheby’s Institute of Art London에서 강연하는 강이연 작가. 영국-한국 아티스트 그룹 4482 주최로 ‘K-Art Now artist talk’가 2019년에 열렸다.

강이연 작가는 서울대에서 서양화 학사,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디자인/미디어 아트 석사 그리고 영국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박사를 졸업했다. 2017년에는 막스마라(Max Mara) 커미션 전시 <Deep Surface>로 레드 닷 어워드를 수상하였고, 국내외 주요 미술관인 서울 시립 미술관,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A Museum에서 전시하였다. 2020년에는 글로벌 현대미술 프로젝트 <CONNECT, BTS>에 참여했다. 현재 영국 왕립 예술학교의 객원교수이자 영국 왕립예술학회Royal Society of Arts에서 펠로우로 강연도 활발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니버스 환기 미디어 프로젝트와 <드로잉 소셜 버블>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