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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롤 히메네즈 | Grass on a Busy Street

베이롤 히메네즈 | Grass on a Busy Street



희미한 빛에 의지하며 어두컴컴한 지하동굴로 들어가듯이 지하 1층에 있는 전시 공간으로 내려간다. 물론 여기는 환하다. 벽에 끄적끄적 그려진 형태가 아닌, 깔끔한 흰 벽에 일정하게 배열된 캔버스가 밝고 경쾌한 색채로 채워져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화면에는 고대 멕시코의 아즈텍족 신화에 나오는 밤의 신이나 전쟁과 풍요의 신이 등장하고 모호한 형태를 한 인간·곤충·식물 같은 생명체가 화면 곳곳에 그려져, 기원으로부터 전해진 신성하고 역사적인 사실과 생활상을 이야기한다. 마치 현대판 고대벽화 같다. 작가는 혼돈 상태에 빠진 현대 사회를 이분법적 시각으로만 보는 척박한 세상에 좌절하고 외치면서 느끼는 공허함과 그 속에서 버텨내며 살고자 하는 강한 생존력을 신화에 나오는 요소에 상징적으로 비유하여 수수께끼처럼 그림 곳곳에 흩어 두었다. 이렇듯 시공간 사이에 ‘문’처럼 놓인 작품을 마주한 관람자들은 작가 베이롤 히메네즈가 이끄는 세계로 들어서서 그와 함께 상상하며 현실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풀어간다.


2022. 10. 28 - 12. 2

GRASS ON A BUSY STREET; 분주한 거리의 들풀

베이롤 히메네즈 

페레스프로젝트 서울


재치있는 상상력과 화면 구성으로 멕시코의 역사와 자연, 신화를 풀어낸 회화 작가 베이롤 히메네즈 개인전 <Grass on a Busy Street; 분주한 거리의 들풀>이 페레스 프로젝트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아트 부산 2022’와 ‘키아프 2022’에서 많은 이들에게 눈도장 찍은 히메네즈는 아시아에서 처음 여는 이번 전시에서 회화 9점을 선보인다.

베이롤 히메네즈. ‘After Life Vision (2022)’ /Courtesy of the artist & Peres Projects

언뜻 복잡하게 보이는 작품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많다. 작가는 분홍색, 주황색, 청록색 등 물감 하나를 캔버스 위에 쏟아붓는다. 마치 점을 치듯이 흩뿌려진 자국을 보면서 추상적인 그의 회화적 언어를 조합하여 동서남북으로 나눈 화면에 붓질한다. 큰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자유로운 구상은 아즈텍 문명의 우주관이 녹아있다. 우주는 수평으로 구분된 네 개가 있고 그 안에 천상세계와 지하세계가 있으며, 이미 우주 시대는 사멸되어 다섯 번째 태양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산다고 생각한 아즈텍인들은 태양신을 섬기며 인간의 피와 심장을 바쳐 영원한 번영을 약속받았다고 믿는다. 화면을 네 개로 나눈 작가는 다섯 번째 구역을 위나 아래로 흐르는 구조로 정하여 구불거리는 호스나 파이프 형태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신화에 얽힌 소재들이 그 흐름을 따라 배치되어 서사를 풀어내며 ‘After Life Vision (2022)’ 작품에서는 전쟁과 풍요의 신이자 사람의 살가죽을 뒤집어쓰고 다닌 시페 토텍Xipe Totec의 형체가 화면 맨 위에 자리한다. 작가는 그림 방향을 90도 혹은 180도 돌리더라도 여전히 소재를 바탕으로 상상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전하였다.

즉흥적으로 빠르게 스케치하고 세부적인 요소들을 겹겹이 쌓아 올리며 인류가 시대를 막론하고 추구해야 할 포괄적인 가치를 신화로부터 탐구한 히메네즈 작가는 조지프 캠벨이 쓴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원제: 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1949)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도 선보였다. 작품 ‘The Hero of the Thousand Helmets (2022)’에서 신화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전사 또는 모험가가 보여주는 영웅적 모습이 모두 남성인 점을 비틀어 표현하였다. 이상하게 뻗은 팔다리를 지니거나 뼈에서 수술이 자라나 꽃을 피워내는 작품 ‘The Spirit of the Corn Seeds> (2022)’은 척박한 도시에서도 치열하게 살아남아 성장해나가는 풀을 현실에 빗대어 혼돈을 이겨내길 바라는 듯하다. 옛것과 마주하여 현재를 성찰하는 전시는 12월2일까지.

페레스 프로젝트 서울에서 열린 베이롤 히메네즈 개인전 <분주한 거리의 들풀> 전시 전경



베이롤 히메네즈(b. 1984)
Bayrol JIMÉNEZ

멕시코에서 태어나 오악사카에서 주로 활동하는 작가는 형식주의를 따르면서도 개념주의 회화 작업을 한다. 특히 멕시코 문화와 역사를 많이 연구하여 토착 신화와 지역 축제, 그리고 초자연 현상과 결합하여 다룬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독일 함부르크의 14a에서 <ombras de los valles>, 독일 라히프치히의 뒤캉 갤러리 <Des grands yeux morts>, 멕시코 파라모에서 <Después de la fermentación sólo queda el pozo> 등이 있다. 캐나다, 멕시코시티 미술관, 프랑스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 서울 난지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페레스프로젝트 서울
2002년 하비에르 페레스가 독일 베를린에 설립한 페레스프로젝트는 올해 4월에 서울신라호텔에 분관을 열며 <SPRING>展을 선보였고, 라파 실바레스와 딜런 솔로몬 크라우스, 레베카 애크로이드에 이어 다섯 번째로 베이롤 히메네즈 개인전을 소개한다.

서울 중구 동호로 249 (서울신라호텔 B1) /Tel. +82 2 2233 2335
관람: 화-금요일, 10시–19시 / 토-일요일, 11시–19시


Words & photographs by Koeun Lee
Still. Courtesy of the artist & Peres Projects, Berlin, Seoul and Mi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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