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야스 라당, 디아스포라 삶 속 ‘자유를 향한 날갯짓’ <올드 소울–뉴 소울>
입력: 2024.12.02(월)
수정입력: 2024.12.05(목)
2024. 11. 8 – 12. 14
올드 소울 – 뉴 소울Old Soul – New Soul
토미야스 라당Thomias Radin
에스더쉬퍼 서울
강렬한 눈빛과 섬세한 몸짓, 그 안에 ‘나를 비롯한 그들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주로 활동하는 토미야스 라당Thomias Radin은 카리브해 프랑스령인 과들루프 레자빔에서 태어나 흑인 문화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정체성을 찾고자 한다. 토미야스 라당이 나고 자란 과들루프는 18세기에 서아프리카인들이 이주하여 뿌리내린 지역으로, 그곳에서 디아스포라 삶을 살아온 주민들은 북처럼 생긴 악기 ‘그워 카Gwo ka’를 손으로 두드려서 연주한 곡과 그에 맞추어 추는 몸짓을 오랜 시간 동안 의사소통 수단으로 삼아왔다. 드럼 악기를 가리키는 ‘그워 카’는 그들 문화를 뜻하게 되었고, 이러한 역사와 전통을 자연스럽게 접해온 작가 역시 ‘춤’을 자기 정체성이자 영감의 원천 그리고 자유로운 표현 수단으로 삼아 예술세계를 펼친다. 작업 전반에 걸쳐 과거 · 현재 · 미래 세대가 교류하는 시공간에서 다양한 ‘움직임’을 드러낸 작가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이태원에 있는 에스더쉬퍼 서울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 <올드 소울 – 뉴 소울Old Soul – New Soul>에서는 그가 어릴 적부터 간직해온 기억과 고대 신화로부터 영감받은 상징적 이미지를 엮고, 역사 지식과 영적인 서사를 덧입힌 회화 · 조각 · 영상 작업을 만나게 된다. 이 중에 작가가 새 · 호랑이 · 꽃 같은 동식물을 손수 조각하고 채색한 나무 아치와 방석으로 아늑해진 전시 공간에서 재생되는 영화 <RIVÂL(라이벌)>이 특히 토미야스 라당의 작품세계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타국에서 ‘나’를 찾기 위해 도시 곳곳을 헤매며 고군분투하는 이민자의 여정을 되감듯이 연출한 영상 작업은 직접 안무를 만든 토미야스 라당이 두 주인공 중 한 명을 맡았다. 그는 다른 이와 서로 견제하고 부딪히면서 유대를 맺는 서사를 춤으로 묘사하였다. 그리고 대사 없이 상대방을 마주하고 화면 밖을 응시하는 듯한 눈빛에서, 관람자는 그가 건네고자 하는 메시지와 심리를 읽어낼 수 있다.
이외에도 1층부터 3층 전시장까지 오르면서 곳곳에서 마치 여행하듯이 카리브해 자연과 과들루프 문화를 오롯이 경험하게 된다. 1층 윈도우 전시장은 건물 바깥에서 관람하는 곳으로, 모든 연령대가 수학적 사고와 전략을 활용하여 즐기는 놀이를 그의 삼촌과 함께 제작한 전통적인 팔각기둥 모양을 띤 도미노 · 드럼 조각과 회화를 함께 배치하였다. 그리고 움직임을 즉흥적으로 붓질한 회화 신작 가운데, ‘Pyé Kanté, Joué’(2024)는 그워 카 춤에서 휘청거리며 중심을 잡는 ‘Bigidi(비기디)’ 동작이다. 화면 속에서 검은 발이 넘어지지 않는 모습은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과들루프 사람들의 의지가 엿보인다. 또한 그림마다 두른 다양한 형태의 나무 틀에 새겨진 날개 · 꽃 · 파도 같은 형상과 크리스털 장식은 그의 정체성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이곳저곳에 흩뿌린 듯한 꽃은 과들루프에 서식하는 횃불생강꽃porcelain rose이다. 토미야스 라당은 이 꽃을 한국 이미지로 떠올린 호랑이와 함께 나무 아치에 직접 새겨넣었다. 그가 세대와 국적을 넘나드는 교류를 더욱 넓힌 이번 전시는 오는 14일까지.
토미야스 라당
Thomias Radin
1993년 과들루프 레자빔에서 태어난 토미야스 라당은 2015년 렌 2 대학교University of Rennes 2를 졸업하고, 2018년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들루프와 프랑스를 오가며 목수 집안에서 자라 건축을 전공한 그는 구조물을 많이 그린 초기 작업부터 지금까지 건축 구성 요소를 활용해오고 있다. 그는 현재 베를린에서 주로 활동하며, 독일 괴팅겐에 있는 괴팅겐 미술협회를 비롯한 베를린 갤러리 베딩과 SAVVY 컨템포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또한 그는 프랑스 아를 빈센트 반 고흐 재단 미술관, 독일 베를린 현대미술센터, 미국 뉴욕 스트라다 갤러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더 큐레이터스 룸, 이탈리아 베네치아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등에서 열린 주요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퍼포먼스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에스더쉬퍼 서울
Estherschipper Seoul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46가길 6
관람: 화요일(Tue) - 토요일(Sun), 12:00 – 18:00
(일요일,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Words and photographs by Grace
Still. Courtesy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Paris/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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