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빛 눈에 예술 감성 담은 <굿모닝 미스터 지드래곤>
입력: 2025.04.21(월)
과학-예술 융합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지드래곤> 공개 현장. 이진준 교수(사진 오른쪽)와 지드래곤
천년이 넘도록 울림을 간직한 에밀레종 소리로 만든 사운드아트와 함께 푸른 눈빛이 강렬하게 일렁인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이자 미디어 아티스트 이진준이 지난 4월9일 케이팝 아이콘 지드래곤G-DRAGON과 협업한 과학 예술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지드래곤>를 성공적으로 발표하였다. 인간의 눈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감성을 탐구하여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작업하는 <Open Your Eyes> 시리즈를 선보여온 이진준 교수는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 중 하나로 새로운 작품을 공개하였다. 이번 작업은 지드래곤의 홍채iris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그가 지난해 발표했던 음악 ‘홈 스위트 홈’을 우주로 송출하는 예술-과학 융합형 실험이다. 대폭발로 인해 우주가 탄생했다는 ‘빅뱅Big Bang 이론’을 은유적으로 시각화한 ‘눈’ 형상은 빛과 영상을 투사하여 공간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표현 방식으로 많이 쓰이는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 기술에 의해 우주 안테나에 투사되어 음악과 함께 감성적인 울림을 전한다.
이진준 교수는 1984년 세계적인 비디오작가 백남준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이 그려낸 암울한 미래상을 유쾌하게 비트는 예술적 담론으로 세계를 연결하고자 인공위성을 매체로 활용한 작업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실험 정신을 40년 만에 계승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백남준이 지구를 연결했다면, 나는 지구 너머로 질문을 보낸다. 그 너머에서 우리는 어떤 미지(未知)와 만나게 될지 설렌다.”라고 덧붙였다.
〈굿모닝 미스터 지드래곤〉 미디어아트 설치 모습 / Courtesy of KAIST Art and Technology Center
〈굿모닝 미스터 지드래곤〉 메이킹 필름 / Courtesy of KAIST Art and Technology Center
이번 <굿모닝 미스터 지드래곤>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점이 또 하나 있다. 지드래곤의 음원 송출은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이 영국 록밴드 비틀즈The Beatles와 미국 래퍼 미시 엘리엇Missy Elliott의 음악을 우주로 송출했던 ‘외계 지적 생명 탐사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SETI) 프로젝트에 잇따른 작업이다. 이렇듯 역사를 쓴 SETI 프로젝트를 이번에 대한민국에서도 최초로 진행하여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이진준 교수는 이 프로젝트가 단지 기술적 성과에 머무르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하였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끊임없이 구조화된 시선과 시스템,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 속에 감금된 채 살아가고 있으며, 정체성조차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만 호흡을 허락받는 시대에 놓여 있다”라고 지적하였다. 이어 “차별과 혐오, 분열과 논란이 범람하는 시대에 알고리즘은 개인을 규정하고, 플랫폼은 감성과 정체성을 분절한다. 이런 시대일수록 예술은 공동체와 존재에 대한 희망적인 논의를 지구적 시야를 넘어 우주적 관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라고 강조하였다.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한 지드래곤은 “지구에 사는 누군가의 감정이 우주를 떠돌다 다시 누군가의 마음에 와닿는다면 그건 아주 멀리까지 닿은 깊은 위로일 듯하다”라고 소감을 전하였다.
지드래곤 외에도 KAIST 우주 연구연구원, TX LAB, 갤럭시코퍼레이션 그리고 아마스튜디오와 공동 협업한 이번 프로젝트는 홍채 · 호흡 · 심박 · 뇌파 등 생체데이터 기반 뉴미디어 기술을 연구한 KAIST TX랩과 이진준 교수의 주요 성과 중 하나이다. 이는 기술과 예술이 접점을 이루는 융합형 프로젝트의 대표 사례로 기록될 예정이다.
Words by Grace
Still. Courtesy of KAIST Art and Technology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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