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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 콤테, 붉고 뜨거운 용암이 흐른 화산 지대에서 <재로부터의 부활: 재생의 이야기> 펼쳐 보여

클라우디아 콤테, 붉고 뜨거운 용암이 흐른 화산 지대에서 <재로부터의 부활: 재생의 이야기> 펼쳐 보여

입력: 2024.09.20(금)

2024. 9. 2 - 12. 28

재로부터의 부활: 재생의 이야기

Ascending the Ashes: A Tale of Renewal

클라우디아 콤테Claudia Comte

K&L 뮤지엄

붉게 빛나는 뜨거운 용암이 세차게 흐른다. 산에 둘러싸여 잔잔하던 물결을 집어삼키는 듯한 그 광경 속으로 관람자는 걸어 들어간다. 관람자는 끓어 오르며 굽이치는 붉디붉은 액체에 발을 디디는 감각으로 천천히 걷고 계단을 오르면서 차례로 불타버린 나무와 죽거나 멸종된 생물을 마주한다. 마치 이탈리아 시인 단테Dante Alighieri가 쓴 <신곡>에서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어두운 면모를 모두 볼 수 있는 영적인 땅을 두루 돌아다니며 깊이 있는 성찰을 담은 '지옥'편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용암을 거슬러 계단을 오르면 일부가 벌목된 나무에 벌새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 Courtesy of K&L MUSEUM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불안정한 생태계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 학문과 융합한 예술로써 접근하고 다루어 담론을 끌어내는 스위스 현대미술가 클라우디아 콤테가 국내 첫 기관 전시를 열었다. 이번 개인전 <재로부터의 부활: 재생의 이야기>는 경기도 과천 K&L 뮤지엄에서 지난 3일 개막하여 12월28일까지 이어진다. 콤테 작가는 주로 유기체가 지닌 역사와 기억을 탐구하여 장소 특정적 몰입형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데, 이번 전시 역시 미술관 바닥에 3D 시뮬레이션 기술을 이용하여 극사실로 그래픽 작업한 용암을 표현하였다. 그리고 벽면에는 짓이긴 흙을 붙여서 유려한 산세로 보이는 곡선을 드러내어 새로운 기하학 문양을 만드는 작가의 대표적인 시각언어도 함께 공개하였다. 막힘없이 휘어진 곡선이 연상되는 전시공간을 살펴본 작가가 이에 걸맞게 구성한 화산 지대 곳곳에는 신작 조각 연작 5점이 놓여 있다. 화산이 폭발하여 돌 위에서 죽은 물고기와 불타버린 나무 그루터기에 올라가 있는 이구아나를 볼 수 있다. 인간이 사냥하거나 거주지를 점차 넓힘으로써 서식지가 파괴되며 사라진 생물체 조각으로는, 1만여 년 전 대부분 사라진 포유류 매머드 중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털매머드의 크게 휘어진 엄니가 땅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형상을 비롯하여 일부가 벌목된 나무에 앉은 벌새 그리고 한두 해쯤 자랐을 때 풍화를 견디지 못한 어린나무 위에 앉은 황금두꺼비 한 쌍이 있다. 이 신작 조각은 모두 바젤 자연사 박물관에 보존된 박제 표본을 3D로 스캔하여 검은색 마르퀴니아marquinia 대리석으로 정교하게 묘사하였고, 이상기후와 재해로 격변한 환경에서 탄생하고 성장하고 파괴된 유기체가 갱생하는 자연 질서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렇듯 장엄하면서 숙연한 광경이 펼쳐지는 이번 전시에서 인류문화 이야기를 더한 작은 부스 전시가 눈길을 끈다. 작가는 저명한 화산학자 클라이브 오펜하이머Clive Oppenheimer가 활화산을 탐구하는 과정을 조명한 독일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조크Werner Herzog 다큐멘터리 <인투 디 인페르노Into the Inferno>(2016)에서 이 땅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문화를 섬세하게 들여다본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받아서 작은 전시 <디 어스 룸>을 마련하였다. 미술관 입구로 들어서기 전에 따로 설치된 작은 부스는 유리로 둘러싸여 있고, 흙을 채운 공간에 정글 페인팅 시리즈와 대리석 음료 캔 5개가 설치되어 있다. 미니멀리스트 월터 드 마리아Walter de Maria의 흙 조각을 오마주한 흙덩어리 위에 걸린 정글 페인팅 신작 중 하나는 인간과 산업 요소를 모두 없애고서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선'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다른 회화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자연 발생하는 산불로 인한 화재가 인간에게 위험하지만, 생태계는 오히려 저절로 나서 자라는 식물이 있음을 관람객과 공감하고자 하여 붉은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뀌는 그라디언트 효과를 선명하게 입혔다. 또한 알루미늄 캔을 과장된 크기로 만든 대리석 조각은 인간의 소비문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하고 있다. 이렇듯 인간과 자연이 상호 작용하며 공생하는 관계를 소비문화와 곁들여 풀어낸 <디 어스 룸>은 관람자가 직접 문을 열고 들어가서 직접 경험하고 새롭게 인식하여 사유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오늘날 현대사회는 문명의 발전으로 지구 환경이 극적인 변화를 겪는 인류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단테가 구원받는 빛을 찾아 지옥을 탐색하듯이, 콤테 작가는 '인페르노'를 눈앞에 펼쳐 보여 지질학적 현상에 따른 파괴력 앞에서 경이롭고 엄숙한 생명력을 감각하도록 관람자를 이끈다. 전시는 12월28일까지.


클라우디아 콤테 (b. 1983)
Claudia Comte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클라우디아 콤테Claudia Comte.

스위스 바젤에서 주로 활동하는 클라우디아 콤테는 장소 특정적 설치 · 회화 ·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작업한다. 대형 벽화와 몰입형 환경에 파도 · 음파 · 선인장 · 암석층 등 수작업한 조각을 재치 있게 배치하는 작가가 선보인 최근 주요 개인전과 단체전으로는 <There Was No Up, There Was No Down, There Was No Side To Side>(록번드 아트 뮤지엄, 상하이, 2024), <Home Sweet Home>(비스타마레 밀라노, 2024), <The Origin of the Shockwave Ripple Effect (yellow and turquoise)>(EMST 아테나, 2024), <The Bright Side of the Desert Moon>(누르 리야드, 2023), 바이엘러 재단 후원 전시 <Waves, Cacti and Sunsets>(글로버스 퍼블릭 아트 프로젝트, 바젤, 2023), <Marine Wildfire & Underwater Forests>(글래드스톤 갤러리, 서울, 2023), <The Liberation of Form. Barbara Hepworth - A Master of Abstraction in the Mirror of Modernism>(빌헬름 렘브루크 미술관, 뒤스부르크, 2023), <Desert Flood>(라고알고, 멕시코시티, 2023), <From Where We Rise>(카사 와비, 푸에르토 에스콘디도, 2023), <Geometric Opulence>(뮤지엄하우스 컨스트럭티브, 취리히, 2022), <An Impending Disaster (HAHAHA)>(쾨닉 갤러리, 비엔나, 2022) 등이 있다. 작가는 특히 해양 보존, 정책 변화, 기후변화 교육을 위한 도구로써 예술을 활용하는 데에도 큰 관심을 보여왔다. 다양한 단체와 협업하며 레지던시와 수중 커미션 작업을 선보여왔는데, 그중 2019년 TBA21-아카데미와 함께 자메이카에 있는 앨리게이터 헤드 파운데이션Alligator Head Foundation 주변의 산호 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진행한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K&L 뮤지엄
K&L MUSEUM

경기도 과천시 뒷골2로 19
관람: 화요일(Tue) - 일요일(Sun), 10:00 – 19:00
(월요일 · 공휴일 휴관)
문의: 02. 502. 8116
입장료: 있음 (홈페이지 확인)


Words & photographs by Grace
Still. Courtesy of K&L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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