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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광주비엔날레', 인류와 환경이 얽힌 관계 속 메시지 품은 <판소리, 모두의 울림> 12월1일까지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인류와 환경이 얽힌 관계 속 메시지 품은 <판소리, 모두의 울림> 12월1일까지

입력: 2024.11.04(월)
추가입력: 2024.11.19(화)



2024. 9. 7 - 12. 1

제15회 광주비엔날레
The 15th Gwangju Biennale

<판소리, 모두의 울림>
Pansori,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양림동 일대

깊은 울림이 실린 소리가 풍경을 드러낸다.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광주비엔날레’는 소리가 '화음'을 이루어 인류와 환경이 얽힌 관계를 그려내는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12월1일까지 선보인다. 지난 9월7일에 개막하여 본 전시관과 양림동 8곳 그리고 광주 지역 곳곳에 있는 미술 기관에서 파빌리온(국가관) 전시와 실험적인 작업을 다채롭게 선보이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앞으로 약 한 달 동안 동시대 미술 향연을 이어간다. 또한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에서는 광주비엔날레 30주년 특별기념으로 ‘신체 미술 대가’로 잘 알려진 프랑스 예술가 오를랑ORLAN의 개인전이 12월5일까지 열린다.

9월6일 국내외 기자 초청 설명회에서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제15회 광주비엔날레’ 본 전시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소개하고 있다. / photo by Dongeun Alice Lee

이번 본 전시는 프랑스 출신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 예술감독이 30개국에서 지역 · 문화 · 세대 · 성별을 넘나드는 예술가 72명을 선정하여 기획하였다. 2005년 리옹 비엔날레를 비롯하여 이스탄불과 타이베이에서도 비엔날레 전시 감독을 맡았던 니콜라 부리오가 지금 우리 삶의 터전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그리고 이러한 위기에 영향을 지대하게 끼친 인류가 살게 될 미래를 ‘소리가 만들어낸 풍경Soundscape’으로 보여준다. 오페라 혹은 영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듯이 비엔날레 전시장을 연출했다고 밝힌 그는 한국 고유한 음악 장르 ‘판소리’에 담긴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라는 ‘판’과 노래를 뜻하는 ‘소리’가 합쳐진 의미가 이번 전시 형식과 연결됨에 착안하여 제목으로 정하였다고 덧붙였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부딪침 소리’와 ‘겹침 소리’ 그리고 ‘처음 소리’가 그려낸 풍경이 펼쳐진다.
전시 공간은 세 가지 소리 유형으로 나뉜다. 마치 소리꾼이 된 듯한 예술가들은 우리 주변에 살아있는 모든 유기체와 대화하며 도시 · 자연 · 우주 같은 공간을 탐구하는 예술을 선보인다. 제1, 2전시실에서는 ‘부딪침 소리feedback effect’를 다룬다. ‘부딪침 소리’는 수신기가 가까울 때 나는 독특한 소리로, 이 전시실은 지구에 존재하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 사이에서 주거지 혹은 서식지가 부족하여 벌어지는 다양한 불협화음을 시각예술로 표현한 작품들로 구성하였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서면 어두운 복도를 지나면서 소음을 듣게 된다. 나이지리아에 있는 역동적인 도시 라고스Lagos의 오주엘레그바 지역에서 현장 녹음하여 작업한 오디오 인터랙티브 작품 ‘Oju 2.0’(2022)을 각색한 버전이다. 활기차고 무질서한 동네에서 질서를 포착한 이질적 소리를 통해 공동체 정신으로 환경에 적응하고 짜임새 있는 체계로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 에메카 오그보Emeka Ogboh는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며 소리 · 조각 · 설치를 아우르는 작가이다.

신시아 마르셀Cinthia Marcelle. <여기에는 더 이상 자리가 없어요Não existe mais lugar neste lugar [There Is No More Place in This Place]>, 2019-2024 /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eria Luisa Strina. Adapted commission by the 15th Gwangju Biennale

어두운 터널에서 소리에 집중하며 걷던 관람자는 마치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버려진 사무실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에 들어서게 된다. 형광등 불빛이 새어 나오는 낮은 천장과 이리저리 툭- 튀어나온 패널 그리고 따스한 기운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곳에서 관람자는 공간의 예전 모습을 상상하고, 질서와 혼란이 뒤섞인 사회 혹은 권력 구조를 살피게 된다. 오늘날 직장인이라면 낯설지 않은 광경을 구현한 작가는 브라질 출신 신시아 마르셀Cinthia Marcelle이다.

캔디스 윌리엄스Kandis Williams의 콜라주 연작(사진 왼쪽)과 피터 부겐후트Peter Buggenhout가 폐기물로 쇠락하는 세계와 이를 마주하는 인간이 가지는 무력감을 표현한 조각들이 전시된 제1전시실 전경

최하늘Choi Haneyl. <우는 삼촌의 방Crying Uncle Room>, 2024

콜라주 연작 <백인들이 우리를 모두 죽이기 위해 만들어 낸 신과 괴물들gods and monsters that white people make up to kill us>(2024)에서 유럽 식민주의로부터 일어난 사건과 인물을 다룬 캔디스 윌리엄스Kandis Williams는 공포와 역사 사이에 일어나는 마찰과 혼란으로 뒤틀린 시공간을 드러낸다. 국내 작가 최하늘Choi Haneyl 작품들도 전시장을 채웠다. 최하늘은 한국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인 성 소수자 중에 작가를 비롯한 나이 들어가는 ‘삼촌’이 갖는 암울하고 낯선 감정을 시각화한 설치물을 선보인다. 여러 신체 부위를 다시 합친 연작 <신체적>과 <삼촌>을 재구성한 <우는 삼촌의 방Crying Uncle Room>(2024)이 전시된 이 공간에서는 서글픈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미라 만Mira Mann. <바람의 사물objects of the wind>, 2024 / Courtesy of the artist and DREI Gallery. Köln and N/A, Seoul, Commissioned by the 15th Gwangju Biennale

아몰 K 파틸Amol K Patil. <그 도시에 초대받은 이 누구인가Who is Invited in the City?>, 2024 / photo by Dongeun Alice Lee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나 뒤셀도르프에서 주로 활동하는 작가 미라 만Mira Mann은 파독간호사를 기리는 파노라마식 기념비 <바람의 사물objects of the wind>(2024)을 선보인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은 간호 인력이 부족했고, 한국은 실업난과 외화 부족을 해결하는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함에 따라 1966년부터 1973년까지 1만여 명 한국 여성들이 독일로 이주하였다. 대부분 20대 초반이었던 여성들이 북 · 춤 · 노래에 뿌리를 둔 전통 음악 ‘풍물’을 함께 모여 연습하며 고국의 문화를 공유해온 이야기와 사운드 퍼포먼스를 한국 민속 설화 ‘바리공주’ · 심청전과 마주 엮어낸 작가는 긴 거울을 배경으로 여러 사물을 배치하여 그녀들의 역사적 여정을 관람객들이 따라 가면서 감상하게 한다. 인도 뭄바이에서 카스트제를 반대하는 ‘달리트 팬서스Dalit Panthers’ 운동의 창립자이자 저항시의 저자 남데오 다살Namdeo Dhasal의 목소리와 ‘민중 시인’이라고 불리는 포와다Powada 가수들의 목소리 그리고 빛과 청동 조각을 연극처럼 연출한 아몰 K 파틸Amol K Patil의 작품 역시 시대와 지역을 가로지르는 소리가 품은 울림을 드러낸다.

노엘 W. 앤더슨Noel W. Anderson은 ‘플리-즈, 플리즈, 플리-이즈Pleas-e, Please, Pl-ease’(2022-2023)와 ‘원숭이가 나무를 더 높이 올라갈수록, 엉덩이는 더 많이 드러난다The higher the monkey climbs the tree, the more he shows his ass’(2022-2023) 그리고 ‘빛이 보이나요The draping of Can you see the light?’(2021-2022)를 공개했다. / photo by Dongeun Alice Lee

미묘한 저주파 신호음을 내보내는 <아래Below>(2024)는 고대 신화에 나오는 두 악마 하루트와 마루트가 인간에게 마법 · 술 · 허구를 가르친 죄로 지하에 갇혀 벌을 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하 우주론과 현대 기술을 결합하고, 원유를 정제한 뒤 남은 부산물이자 끈적한 점성을 가진 검은색 석유 화합물 ‘역청(아스팔트)’을 소재로 활용한 작가 안드리우스 아루티우니안Andrius Arutiunian이 조각들 사이에 서 있다. / photo by Dongeun Alice Lee

성 티우Sung Tieu. <시스템의 공허System's Void,>, 2024, Commissioned by the 15th Gwangju Biennale

직물로 늘어지게 작업한 태피스트리에 사운드를 결합한 작품 세 점을 선보이는 노엘 W. 앤더슨Noel W. Anderson은 영화 <블루스 브라더스The Blues Brothers>(1980)에서 목사 역으로 분한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이 설교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다. 서민들 사이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판소리와 백인 우월주의 사회에서 흑인의 투쟁을 상징한 제임스 브라운의 노래가 번갈아서 흘러나오는 이 작품은 사회적 연대감을 끌어낼 듯하다. 제2전시실에서 많은 관람객의 눈길을 끈 작품 <시스템의 공허System's Void>(2024)는 사막 모래 언덕 곳곳에 놓인 금속 대형 수직 파이프가 파쇄 유정에 주입된 화학 물질을 표현하는 소리를 낸다.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 투명하지 않고 정보 조작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함을 비판하며 성찰을 이끄는 몰입형 설치작업을 선보인 작가는 베트남 하이즈엉에서 태어나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성 티우Sung Tieu이다. 이외에도 국내작가 이예인Yein Lee을 비롯하여 아나스타시아 소수노바Anastasia Sosunova, 헤이든 던햄Hayden Dunham, 보 멘데스Beaux Mendes 등이 다양한 이야기에 귀기울이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필립 자흐Phillip Zach. <부드러운 폐허soft ruin>, 2024. Commissioned by the 15th Gwangju Biennale

제3전시실에서는 ‘겹침 소리polyphony’로부터 여러 다른 층으로 이루어진 세계관을 상상하며 감상하게 된다. 가장 먼저 독일 출신 필립 자흐Phillip Zach가 베를린 공원을 산책하며 관찰한 풍경에 도시 문화를 포개어 작업한 신작 <부드러운 폐허soft ruin>(2024)가 거대한 규모로 설치된 모습을 관람자들이 마주한다. 부화한 고치로 가득한 실크 거미줄이 공원의 나무들을 에워싸고 있는 장면에서 영감받은 필립 자흐는 옷을 공개적으로 교환하는 도시 문화 ‘프리 파일free piles’에 착안하여 물감 조각들이 흘러내리는 캔버스천을 번데기 구조물에 감쌌다. 이 직물의 안팎 경계와 인간 비인간의 구조를 살피고 나머지 공간은 잠재력을 지닌 미지의 세계가 탄생할 수 있음을 암시한 작가는 관람자들이 생태계를 새롭게 이해하도록 이끈다.

해리슨 피어스Harrison Pearce. 키네틱 조각 <원자가Valence>, 2024 / Commissioned by the 15th Gwangju Biennale

장엄하고 낭만주의적 숭고함을 지닌 바다를 재해석한 회화 신작을 선보인 작가 앰버라 웰만Ambera Wellmann은 오래되거나 망친 작업 위에 상을 여러 층 쌓아 올리는 ‘오어법’을 활용하여 관습적인 회화 언어를 무너뜨리고자 한다.

맥스 후퍼 슈나이더Max Hooper Schneider. <용해의 들판LYSIS FIELD>, 2024 / Courtesy of the artist and Francois Ghebaly Gallery, Los Angeles, High Art, Paris and Maureen Paley, London. Commissioned by the 15th Gwangju Biennale

또한 기간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인류세’ 그 이후 세계를 다루는 작품도 제2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짧은 기간 동안 인간으로 인해 지구환경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면서 지질학적 연대를 따로 분리하는 ‘인류세Anthropocene’를 제안한다. 미국 출신 맥스 후퍼 슈나이더Max Hooper Schneider는 동식물과 비인간 개체가 공존하는 생태계 <용해의 들판LYSIS FIELD>(2024)을 만들어 새로운 세계를 이야기한다. 그는 분해된 유기 요소나 주운 물건, 합성 폐기물에 혁신적인 재료 기술을 결합하였다.

마지막으로 제4, 5전시실에서는 ‘처음 소리Primordial sound’를 다룬다. 인간과 비인간이 삶을 이루는 터전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예술가들은 출구이자 대안으로 또 다른 세계를 만든다. 그들은 하늘과 땅이 생겨난 맨 처음인 태초로 돌아가서 무한한 원점인 우주 창조를 시도한다. 하얀 소금 사막에 식물이나 의자처럼 일상적 물건을 배치한 몽환적인 풍경에서 관람객들은 마치 꿈꾸듯이 무언가를 인식하지만 매우 낯설게 보이는 ‘미시감(未視感)’을 경험하게 된다. 이 작품은 바닷물이 일으키는 화학반응을 이용하여 작업한 비앙카 봉디Bianca Bondi의 〈길고 어두운 헤엄TheLong Dark Swim>(2024)이다. 그리고 마치 봉디의 하얀 소금 사막을 배경으로 달리는 듯한 말의 역동적인 모습도 눈길을 끈다. 도미니크 놀스(Dominique Knowles)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와 동굴벽화의 영적인 의미를 조화롭게 풀어낸 대형 회화 <모든 계절에 내 사랑하는 삶에게 어울리는 엄숙하고 품위 있는 장례식The Solemn and Dignified Burial Befitting My Beloved for All Seasons’(2024)에는 인간과 동물이 맺은 깊고 상징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우주론이 깃들어 있다.

비앙카 봉디Bianca Bondi. <길고 어두운 헤엄The Long Dark Swim〉, 2024 / Commissioned by the 15th Gwangju Biennale

소피야 스키단Sofya Skidan. <아직 제대로 어우러지지 못한 기묘함을 뭐라고 부르지?What do you call a weirdness that hasn’t quite come together?>, 2019-2024 / Courtesy of the artist

마르게리트 위모Marguerite Humeau*휘젓다stirs〉, 2024 / Courtesy of Surface Horizon Ltd. Commissioned by the 15th Gwangju Biennale

러시아 출신으로 인도 뭄바이에서 활동하는 소피야 스키단Sofya Skidan은 자연과 인공물을 한 곳에 같이 두어 어울리지 않는 경계를 깊이 사유하도록 한다. 공중에 매달린 캔버스 스크린 세 개에는 현대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는 주술사가 자기 몸을 주술 그 자체로 활용하여 끊임없이 변화를 일으키며 새로운 형태를 취하다가 사라진다. 작가는 인류세의 기술문명 속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정체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외에도 올해 상반기에 리움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였던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 <반향>(2017-2019)을 출품했고, 국내 작가 전혜주Hyejoo Jun는 군사 무기가 환경과 인체에 미치는영향을 탐구한 설치 작업 <Hummer>(2022)를 소개한다.

역사와 삶 그리고 예술이 만나는곳, ‘양림-소리 숲’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본 전시가 열리는 전시관 바깥에서도 동시대 미술을 선보인다. 예술가들은 유서 깊은 역사와 공동체 정신을 오랜 기간 지켜온 양림동 8곳을 탐색하여 일상적인 삶이 예술과 공존함을 보여준다. 전시 공간은 양림문화샘터,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 한부철 갤러리, 한희원 미술관, 양림쌀롱, 옛 파출소 건물, 빈집,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이다. 참여 작가는 김형숙, 김자이, 안드리우스 아루티우니안Andrius Arutiunian, 안젤라 블록Angela Bulloch, 김영은, 마리나 로젠펠드Marina Rosenfeld, 사단 아피프Saâdane Afif, 미라 만Mira Mann, 손수민, 전형산, 리디아 오라만Lydia Ourahmane, 줄리앙 아브라함 ‘또가’Julian Abraham ‘Togar’이다.

줄리앙 아브라함Julian Abraham또가Togar’. <그것은 스틸이 아니다That is not still>, 2024

김자이Jayi Kim. <휴식의 기술 Ver. 도시농부Skill of R & R ver. Urban Farmer(re-member)>, 2024 / Courtesy of the artist. Commissioned by the 15th Gwangju Biennale

한부철 갤러리에 전시된 안젤라 블록Angela Bulloch 작품

호랑가시나무 아트 폴리곤에서는 예술가이자 음악가이면서 사회연구가이자 유사 과학자로서 소리를 실험하는 줄리앙 아브라함Julian Abraham ‘또가Togar’가 현실을 구성하는 거대한 구조에서 리듬의 흐름과 역류를 파악하여 장난스럽게 활용함으로써 그 속에서 자기 위치를 유동적으로 생각해내는 작업들을 선보인다. 양림문화샘터에서 전시하는 김자이 작가는 공간을 인공 정원으로 바꾸어 허브를 키워서 지역 카페와 함께 음료를 만드는 프로젝트로 친환경 소비를 제안한다. 사단 아피프Saâdane Afif는 판소리 명창 김소라와 함께 버려진 옛 파출소에 권위를 불어넣어서 신성한 장소로 가기 위해 거쳐가는 장소(포털)로 바꾸었다. 또한 방문객들이 인상 깊다며 관람하기를 추천한다는 반응이 특히 많았던 안젤라 블록Angela Bulloch의 작품들은 한부철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1990년 초부터 학문 간의 경계를 아우르는 학제적 작업을 통해 우리 삶과 사회에서 형성되는 법과 규율, 더 나아가 천세를 조율하는 우주까지 지배하는 시스템의 기본 틀을 연구하는 안젤라 블록은 전동 드로잉 매커니즘을 활용한다. 전시장의 벽에 부착된 기계 장치는 공간에 울리는 음악에 반응하여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린다. 이 기계를 움직이게 하는 음악은 이번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들이 ‘지금 순간 당신의 내면에서 어떤 소리가 울려 퍼지는가?’라는 질문에 답변으로 공유한 노래와 소리로 구성하였다. 작가들의 내면을 표현한 소리로 시각적 풍경을 드러낸 드로잉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최신 정보를 반영하여 새롭게 공개된다.


국가관 31곳, 독립 기관 · 기획자 · 도시가 기획에 참여한 다채로운 전시가 돋보여
국내외 미술과 문화기관이 소통하는 장이라고 할 수 있는 파빌리온의 전시 장소는 22곳이다. 양림동에서 열리는 본전시와 함께 같이 둘러볼 수 있는 국가관은 폴란드(이이남스튜디오) · 캐나다(양림미술관) · 덴마크(씨움) · 스페인(양림동 펭귄마을공예거리) · 오스트리아(이강하미술관) 파빌리온으로 총 5곳이다. 특히 폴란드 파빌리온에서 프세미스와프 야시엘스키Przemystaw Jasielski의 ‘루시도그래피’ 기술을 활용한 대형 설치작품 <(나를) 기억해줘remember(me)>(2024)가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폐쇄된 순환 회로 속에서 유압 시스템이 검은 액체를 차례로 펌프질하여 속이 빈 파이프가 채워질 때, 반투명 화면에는 기계를 배경으로 한 사람과 사람을 배경으로 한 기계 그림이 서서히 선명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대우 그룹에 인수되었던 폴란드 승용차 공장 FSO의 아카이브 자료를 바탕으로 이 그림을 만들었다. 완전 자동 시스템을 갖춘 이 설치작은 작가가 가까운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을 반영하며, 관람객이 미래 혹은 새롭게 바뀌는 현재를 상상하도록 이끈다.

프세미스와프 야시엘스키Przemystaw Jasielski. <(나를) 기억해줘remember(me)>, 2024 / photo by Dongeun Alice Lee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마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떠올리게 하는 우츠미 아키코Akiko Utsumi의 소리 설치 작업 ‘The sounds ringing here now will echo sometime, somewhere’이 관람객을 명상으로 이끈다.

필리핀 파빌리온 전시장 전경. 큐레이터 겸 작가 아비 펠릭스와 아드자니 아룸팍, 사리 달레나, 토임 레온이마오, 데니스 “시오” 몬테라, 폴 에릭 로카 그리고 비제이 빌라프랑카가 공동으로 작업한 작품들이 <자유의 장소>라는 제목으로 ACC 복합전시 5관에서 선보인다.

일본 파빌리온(갤러리 혜윰, 갤러리 오브 람)은 야마모토 히로키 큐레이터가 기획한 <우리는 (아직)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We (still) have things to remember> 전시에서 ‘목소리(들)와 침묵(들)’을 주제로 두 여성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2차 세계대전을 거쳐 광주 지역에서 민주화 운동으로 독재정권에 맞서는 한국의 역사 속 목소리에 귀기울인 일본 작가 우츠미 아키코Akiko Utsumi와 야마우치 테루에Terue Yamauchi는 각각 소리 설치와 영상 작업으로 어둠에서 희망을 찾고자 한다. 일상에서 서로 외로움을 겪는 ‘나’와 ‘우리’의 관계를 무너뜨린 사회 · 정치 구조를 현대 사회 풍경에서 탐색하는 전시 <외로움의 지형학Ministries of Loneliness>은 이탈리아 파빌리온(동곡미술관)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장소특정적 프로젝트를 2021년부터 이탈리아 · 영국 · 미국 · 일본에서 진행한 작가 레베카 모치아Rebecca Moccia가 한국인의 외로움을 새롭게 연구한 결과물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이다. 기획은 큐레이터 정소익Soik Jung이 맡았고, 서울예술대학교 학생들이 연구 대상이자 공동 연구자로 참여하였다.

주한이탈리아문화원이 주한이탈리아대사관과 이탈리아 외교부와 협력하여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이탈리아관에서 선보이는 <외로움의 지형학Ministries of Loneliness> 전시장 전경.

이외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한-아세안 센터, 한국국제교류재단-(재)광주비엔날레로 총 9개의 파빌리온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는 파빌리온마다 눈길을 끄는 대형 설치작품이 들어서 있다. 인도네시아 파빌리온에서는 관람객들이 드럼 · 키보드 · 기타 등 악기로 직접 연주할 수 있는 퍼포먼스형 전시가 열려 관심을 끈다. 광주시립미술관 3, 4, 6관에서 전시를 선보이는 광주 파빌리온은 유일한 도시관으로, 높낮이가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는 기지국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내는 소리는 ‘평등이 온전하게 이루어져서 차별이나 계급 간의 갈등이 없어지고 평등이라는 개념조차 사라진 상태’를 가리키는 ‘무등(無等)’이 광주의 지역 특성과 지난 과거를 대변하는 가치를 지속해서 소리로 표현한다.

광주 파빌리온의 전시장 전경. 벽에는 장종완 작가의 회화 작품들이 걸려 있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에서는 ‘광주비엔날레’ 30주년 특별기념전 열려
다채로운 볼거리가 풍성한 ‘광주비엔날레’의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도 함께 마련되었다. 프랑스 출신으로 세계적인 ‘신체 미술 대가’ 오를랑 개인전 <오를랑 하이브리드: A.rtistic I.ntelligence>가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wangju Media Art Platform(G.MAP)에서 12월5일까지 열린다. 여성으로 태어나 기존 관습에 의해 주어진 이름을 거부하고, 불어에서 여성형과 남성형이 모두 아닌 ‘오를랑ORLAN’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작가는 자기 정체성을 기존과 달라진 새로운 몸으로 드러내는 ‘신체 미술’ 장르를 개척하였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에 뉴욕과 파리 등에서 아홉 차례에 걸쳐 생중계로 ‘성형수술 퍼포먼스’를 선보인 작가는 당시 금기시된 ‘신체 훼손’이라는 예술적 실험으로 아름다움을 향한 논리적 정의가 무엇인지 목소리를 내어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전시는 영상 · AR · 홀로그램 · 사진 등 다양한 매체 작업 48점을 선보인다. 생명공학과 유전자 이론을 더한 융복합 기술을 활용하여 가상 공간에서 변형한 신체 작품과 더불어 기후위기에 맞닥뜨린 현대 사회에 ‘공생’을 강조하는 신작도 공개된 오를랑 전시는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제1 · 3전시실과 외벽 미디어파사드월에서 만날 수 있다.

오를랑ORLAN. 멸종 위기에 처한 북극곰과 재활용 재료와 물건들로 만든 새로운 로봇The endangered polar bear and new robots made from recycled materials and objects’, 2024 / Courtesy of the artist and Gwangju Media Art Platform

지난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 한강이 직접 쓴 시를 바탕으로 기획에 참여한 개막 공연이 펼쳐지며 그 시작을 알렸던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다양한 목소리를 삶에 녹여낸 예술을 보여주었고, 국내외에서 대체로 호평을 얻고 있다. 거칠거나 강렬하지 않은 세련된 감각으로 연출한 전시를 선보인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규모 예술 행사로 탄탄하게 자리매김하고, ‘광주정신’을 넘어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 또한 광주비엔날레가 직접 운영하는 레스토랑 ‘마당 푸드 랩’ 프로그램은 요리 과정을 예술 퍼포먼스로 연출하고 시식용 요리를 먹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여 대중적인 예술로써도 국내외 관람객과 만나고 있다. 이외에도 전시관을 찾은 어린이를 위하여 여러 소리를 녹음해 악보를 직접 꾸며보는 ‘나의 판, 소리’, 다양한 재료로 작은 생태계를 만드는 ‘GB 작은 숲’, 도슨트를 직접 체험해보는 ‘어린이 도슨트 프로그램’을 마련한 (재)광주비엔날레(대표이사 박양우)는 관객 참여형으로 이번 비엔날레를 이끌어 간다.



Words and photographs by Koeun Lee
Additional photographs by Dongeun Alice Lee
Still. Courtesy of the artist and Gwangju Bienn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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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퍼시픽미술관 2024년 하반기 현대미술 기획전 엘름그린&amp;드라그셋 &lt;Spaces&gt;, 9월3일 개막

아모레퍼시픽미술관 2024년 하반기 현대미술 기획전 엘름그린&드라그셋 <Spaces>, 9월3일 개막

[베네치아, 지금] 4월20일 개막 '2024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김윤신·이강승 참여, '한국관'은 구정아 개인전, 병행전시 '유영국 회고전'과 '광주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에서도 국내 작품 다수 선보여

[베네치아, 지금] 4월20일 개막 '2024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김윤신·이강승 참여, '한국관'은 구정아 개인전, 병행전시 '유영국 회고전'과 '광주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에서도 국내 작품 다수 선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