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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어 리거 서울로 거듭나는 에프레미디스, 격자무늬 회화에 사회의 권력 구조를 드러낸 미셸 그라브너 개인전  <Gingham Time> 7월20일까지

마이어 리거 서울로 거듭나는 에프레미디스, 격자무늬 회화에 사회의 권력 구조를 드러낸 미셸 그라브너 개인전 <Gingham Time> 7월20일까지

입력: 2024.07.02(화)


2023년 서울에 지점을 낸 독일 에프레미디스Efremidis가 오는 9월부터 또 다른 독일 갤러리 마이어 리거Meyer Riegger 서울로 거듭난다. 지난 20년 동안 ‘아트 바젤’의 선정위원으로 활동해온 요흔 마이어Jochen Meyer가 공동 설립한 마이어 리거는 미리엄 칸Miriam Cahn, 셰일라 힉스Sheila Hicks, 존 밀러John Miller 등 세계적인 작가들과 오랫동안 깊은 관계를 맺으며 함께 성장한 갤러리이다. 베를린을 비롯하여 카를스루에, 바젤, 뉴욕에 전시 공간을 둔 마이어 리거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서울에도 거점을 마련하게 되었다. 에프레미디스를 이끌어 온 우승용Tom Woo이 대표를 맡아 아시아에서 네트워크 규모를 넓혀갈 마이어 리거 서울은 9월3일 호르스트 안테스Horst Antes 개인전으로 그 시작을 알린다.

작년부터 서울 삼성동에 전시 공간을 마련한 에프레미디스는 게르하르트 리히터를 비롯한 세계적인 작가들을 소개한 컬렉션展 <Divided Skies>와 전속 작가 개인전을 여러 차례 선보였고, 7월20일까지 마지막 전시를 연다. 우승용 대표와 서울점 김주영 디렉터가 기획한 <Gingham Time(깅엄 타임)>으로, 미국 개념미술가이자 시카고예술대학 학장이면서 비평가인 미셸 그라브너Michelle Grabner 개인전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톤도tondo’로부터 영감받아서 삼베 위에 그려낸 원형 회화 신작에서 격자무늬 속 색다른 예술 언어를 인식하는 기회가 될 듯하다.


2024. 6. 20 - 7. 20

Gingham Time

Michelle Grabner
미셸 그라브너

에프레미디스 서울


우리 눈에 흔한 모양으로 정착한 듯했던 깅엄gingham · 격자무늬 면직물. 한 아티스트에 의해 새로운 진화의 세계가 펼쳐졌다. 미국 개념미술가 미셸 그라브너는 집안 곳곳에 오밀조밀하고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오브제에서 사회의 권력 구조를 드러내는 코드code를 읽고 이를 추상회화로 표현하는 데 30여 년을 바쳤다. 작업실에서 곧잘 명상에 잠기곤 하던 그라브너가 식탁보에 그려진 격자무늬를 주목하고부터이다.

미셸 그라브너Michelle Grabner.Untitled’, oil on burlap, 152.4cmø, 2024 / Courtesy of Efremidis Seoul

귀족들만이 수놓은 옷을 입던 여성의 역사에서 18세기에 영국이 공업화한 뒤로 일반 여성도 격자무늬로 짜인 하우스 드레스를 입으며 아름다울 권리를 얻은 동시에 손바느질 노동에서 벗어났다. 그야말로 새 세상, ‘깅엄 세상’이었다. 사회적 계급 구분 없이 폭넓게 쓰인 이 면직물은 특히 19세기 미국에서 가정용 원단으로 자리 잡으며 오늘날 어디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단순하지만 친숙한 격자무늬는 주식시장 붕괴, 베트남전, 소련 해체 등 혼란기마다 사람들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여성의 노동생산성뿐만 아니라 꾸밈에 대한 욕구, 마음의 안정까지 담아내는 깅엄에 매료된 그라브너는 이를 캔버스가 아닌 삼베burlap 위에 섬세하게 옮겼다. 굵은 올 몇 가닥을 빼낸 조각에 무늬를 그린 뒤 빈틈에 색을 채운 이 작업은 정형화한 사각 틀에 가두지 않고 마름모꼴과 원형으로 만든 패널panel을 활용했다.

그라브너가 오랜 세월 추구해온 원형 회화 시리즈는 14~16세기 르네상스 때 특히 이탈리아에서 장식 예술로 유행한 톤도tóndo에서 영감을 얻었다. 톤도란 고대에 만들어진 둥근 그림이나 부조인데, 주로 성모마리아와 예수를 그렸다. 그런 쟁반과 메달은 아기 출산을 축하하는 선물로 쓰였으며, 집안을 꾸미는 공예품이 되었으므로 이 또한 직물(織物) 오브제처럼 여성의 전통적 역할에 관한 일반화한 생각을 품게 한다. 그러나 그라브너는 톤도의 공예 요소를 응용한 원형 회화에 거미줄처럼 뻗어가는 방사형(放射形)과 중심을 벗어난 점에서부터 일정한 간격으로 감기는 아르키메데스 나선archimedes spiral을 그렸고, 뒷면에 작은 의자와 사진, 네모꼴 회화를 함께 두어 공간과 예술 언어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하였다.

미셸 그라브너Michelle Grabner

이번에 에프레미디스 서울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그라브너는 처음으로 방사형이나 나선이 아닌 격자무늬를 그린 원형 회화 신작 열여덟 점을 발표한다. 이 새로운 시도는 후기 인상주의 화가 피에르 보나르가 둥근 탁자를 덮은 빨간 체크 식탁보에 고풍스런 그릇과 꽃병, 풍성한 과일이 어우러진 집안 풍경을 그린 회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전시장의 하얀 벽에 그림 속 식탁처럼 걸린 원형 회화에서 선명한 빨간색과 흰색 그리고 짙고 옅은 분홍빛이 눈에 띈다.
작품들은 사회 현상과 개개인의 일상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예측 가능한 미래로 이어지는 물리적 시간을 따라 격자무늬처럼 얽혀 역사가 반복되는 세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의 얽힘에 가려진 공간은 실재하지 않는 저 너머 환상 세계이다. 같은 듯하면서도 색깔과 질감이 미세하게 다른 무늬는 이를 이루는 수많은 씨실과 날실이 흔들리거나 갑작스럽게 끊김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서히 반복하여 퍼져가면서 알 수 없는 힘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마치 작가가 어디엔가 도돌이표를 넣은 듯 아름다운 선율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듯한 격자무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사유의 세계에 빠져 그 감흥을 표현할 자기만의 예술 언어를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킬 듯하다.

미국에서 태어나 예술가와 교육자로 살아온 그라브너는 자기만의 감각으로 걸러낸 미술사를 바탕으로 삼아 비평가로도 활동한다. 2014년에는 ‘휘트니 비엔날레’ 공동 큐레이팅을 맡았고, 남편 브래드 킬람Brad Killam과 비영리 문화공간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와 소통한다.

* 직접 쓴 전시 서문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에프레미디스 서울 전시장에 마련된 인쇄물에서도 이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에프레미디스 서울
Efremidis Seoul

2023년 5월, 서울에 전시 공간을 마련한 독일 베를린 에프레미디스는 독일 신표현주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폭넓은 현대미술 컬렉션을 소장한 컬렉터 스타브로스 에프레미디스Stavros Efremidis와 갤러리스트 우승용Tom Woo이 2018년에 공동 설립한 갤러리이다. 5년여 동안 ‘프리즈 런던’, ‘아트바젤 파리+’, ‘FIAC’, ‘아트 쾰른’, ‘리스테 바젤’ 등 세계적인 아트페어에 꾸준히 참가하였고 여러 차례 우수한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았다. 에프레미디스 서울은 전속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와 게르하르트 리히터를 비롯한 시그마 폴케, 이자 겐츠켄, 알베르트 올렌 등을 소개한 컬렉션展 <Divided Skies>를 열어왔다. 미셸 그라브너 개인전 <Gingham Time>을 마지막으로 선보인 에프레미디스는 2025년까지 그리스 아테네에 재단을 설립하여 소장품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고, 서울에 있는 전시 공간은 마이어 리거 서울로 바뀐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41-19 1층
화요일(Tue) – 토요일(Sat), 10:00 – 18:00
문의: +82 70 7778 2018


Words and photographs by Koeun Lee
Still. Courtesy of Efremidis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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