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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선재센터에서 21년 만에 열린 서도호 개인전 <스페큘레이션스>, '완벽한 집' 상상이 예술로 잇닿는 여정 선보여

아트선재센터에서 21년 만에 열린 서도호 개인전 <스페큘레이션스>, '완벽한 집' 상상이 예술로 잇닿는 여정 선보여

입력: 2024.08.17(토)
수정입력: 2024.08.23(금)




2024. 8. 17 – 11. 3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Do Ho Suh: Speculations

아트선재센터

서도호Do Ho Suh 작가


그에게 완벽한 안식처는 무엇이고, 어디에 있을까. 20년 이상 스스로 묻고, 공동체 속 한 인간으로서 이어온 삶에서 이를 고찰하여 미루어 짐작한 ‘상상 속 세계’가 눈앞에 현실로 다가온다. 8월17일부터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개인전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은 현재 영국 런던에서 주로 작업하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서도호가 1991년 미국 뉴욕에서 유학하며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에서 출발하여 스케치북에 담아뒀던 아이디어를 2003년 무렵부터 시각화한 드로잉, 축소된 모형, 시뮬레이션 영상 그리고 구명복 형태로 다양하게 선보인다. 여전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스케치북에 기록한다는 서도호 작가는 빛이 비치는 견직물로 만든 집이 아닌, 그가 ‘만약에what if’를 끊임없이 되풀이하며 떠올리는 무엇인가를 구상하는 과정을 이번 전시에서 풀어냈다. 그리고 이를 ‘사변적 사유Speculations’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서도호의 대표 작품은 천으로 지은 집과 생활용품 그리고 영국 리버풀에 있는 두 건물 사이에 낀 한옥이라고 꼽는다. 혹은 ‘대중 군상’ 조각을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화랑이나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은 그저 빙산의 일각처럼 극히 일부분이고, 그가 직접 살던 도시 서울·뉴욕을 거쳐 런던으로 옮겨 다니는 집이자 안식처는 이제 북극점으로 향한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부터 걸어서 다다른 북극에 가장 완벽한 집을 짓겠다는 그의 상상은 오랜 기간에 걸쳐 환경이나 법적 제약 등 여러 문제에 부딪히고, 해류를 연구하거나 우리와 닮은 원주민의 삶까지 들여다보며 여러 전문가가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점차 실현되고 있다. 전설적인 인류학자이자 원주민 전문가를 비롯하여 물방울로 다리를 만드는 가능성을 함께 연구하는 생물학자 그리고 미국 라이스 대학교 구조공학과 교수와 학생들과 협업하는 이 프로젝트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서도호 작가가 건축가 관점에서 상상하고 추론하는 수많은 생각이 뻗어 나가면서 다양한 매체로 형태를 지니게 되는 과정을 포괄적으로 드러낸 이번 전시에서 어림짐작하게 한다. 또한 아트선재센터 2층 스페이스1과 3층 스페이스2 그리고 1층 더그라운드를 둘러보는 관람자들은 그동안 세계화로 인해 각기 다른 문화가 이동하면서 충돌하고 혼종 문화(混種文化)를 이루는 공동체 삶에서 개인이 지닌 기억을 불러와서 다루는 서도호가 물리적 현실에서 겪거나 본 기억과 상상을 더하여 사유해온 예술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될 듯하다.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가 열린 아트선재센터 1층 더그라운드에는 <다리 프로젝트> 영상과 드로잉 180장 등이 전시되어 있다.

서도호Do Ho Suh. '완벽한 집 S.O.S.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작은 대피소)', 2024 / Courtesy of Art Sonje Center

서도호의 2010년 영상 작품 '다리를 놓는 집 리버풀'과 2015년 모형 작품 '다리를 놓는 집: 모형 1 (1/16 스케일)' © 서도호Do Ho Suh / Courtesy of the artist, Lehmann Maupin and Victoria Miro

1층 더그라운드에서는 다리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서도호 작가가 그에게 익숙한 도시인 뉴욕과 서울을 태평양 위로 연결하여 그 중앙에 완벽한 집이 있다고 상상하는 ‘완벽한 집: 다리 프로젝트’(2010–2012)가 그 첫 번째이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하는 두 번째 다리 프로젝트는 작가가 현재 지내는 런던을 넣어서 서울, 뉴욕까지 도시 세 곳을 같은 거리로 연결하는 지점에 ‘완벽한 집’을 설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지점은 북극 보퍼트해 근처 추크치 고원Chukchi plateau(북위 77°55'33", 서경 161°23'49")으로, 이곳에 집을 세우고자 하는 작가는 공간과 공간 사이를 이동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도록 질문하는 동시에 국경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나 기후 환경으로 인한 고립 등에 대처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약 24분 동안 재생되는 애니메이션과 벽에 붙인 드로잉 180장 그리고 영상 작업 외에도 코오롱 스포츠와 협력하여 일주일간 북극해의 극한 상황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구명복이자 대피소를 보여주는 ‘완벽한 집 S.O.S.’는 서도호 작가가 ‘사변적으로’ 다양하고 깊이 있게 ‘완벽한 집’을 연구하고 있음을 확고하게 보여준다.

상상과 가설로 시작하여 다이어그램, 애니메이션, 글로 기초를 다지며 작업한 모형들이 가득한 스페이스1에 들어서면 <다리를 놓는 집 리버풀> 모형과 영상 작업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가장 먼저 끈다. 모형 작품은 영국 산업 도시 리버풀에 있는 두 건물 사이에 서도호가 어릴 때 살던 한옥을 끼워서 건물들이 기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실제 건축 모형처럼 3D로 정교하게 만든 작품은 그가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겪은 문화 차이와 충돌을 탐구하는 시작점이 되었고, 주거 공간 부족에 따른 사회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이외에도 그가 여러 도시에서 옮겨 다니며 살고 작업하던 집과 스튜디오 건물을 한데 모아서 연결한 작업 ‘나의 집/들, 양’(2024)과 ‘나의 집/들, 음’(2024) 그리고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집과 정원이 트럭에 실린 모형 작품 ‘비밀의 정원’(2012)이 있다. 또한 미국 제국주의와 권력 구조를 드러내는 기념비가 한 장소에 고정된 형상과 개념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인식하게 하는 작업 <미국을 위한 기념비> 시리즈도 선보인다.

서도호Do Ho Suh. '공인들(1/6 스케일)', 2024, 제스모나이트, 나일론, 스테인리스스틸, 레진, 모터, 48 x 34.9 x 47.8 cm. Photo by Jeon Taeg Su © Art Sonje Center / Courtesy of Art Sonje Cente

특히 전시 첫날부터 가장 주목을 받은 키네틱kinetic 신작 ‘공인들’은 1998년에 이미 발표된 작품이지만, 당시 구상했던 움직이는 형태는 최근에 와서 완벽하게 구현하여 처음 공개되었다. 기념비의 영웅을 끌어내린 작가는 좌대 밑에서 힘겹게 받치고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여러 사람 중 한 명으로 표현하였고, 이는 권력 구조와 기념비가 서 있는 고정 장소에 변화를 줌으로써 관람자의 시선과 생각하는 방향 역시 자유로워졌다.

아트선재센터 3층 스페이스2에서는 디지털 영상 작업<로빈 후드 가든 울모어 스트리트, 런던 E14 0HG>(2018), <동인아파트>(2022)를 선보인다. Photo by Jeon Taeg Su ⓒ Art Sonje Center / Courtesy of Art Sonje Center 

한 층을 더 올라간 스페이스2에서는 영상 <동인아파트>(2022)와 <로빈 후드 가든, 울모어 스트리트, 런던 E14 0HG>(2018)가 차례로 대형 화면에 재생된다. 이 두 영상은 각각 서울과 런던에서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는 공동 주택 단지를 막힌 벽을 꿰뚫거나 위로 느리게 이동하듯이 카메라로 촬영하고 재구성하였다. 1969년 대구에 지어진 가장 오래된 동인시영아파트의 모습이 담긴 <동인아파트>는 벽과 문을 투시하듯이 견고한 경계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서 그곳을 스친 수많은 삶이 남긴 흔적을 보여준다. 빈 곳에 남은 다양한 가구와 사물을 통해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린 듯한 영상 <로빈 후드 가든, 울모어 스트리트, 런던 E14 0HG>(2018)는 마치 그들 삶을 섬세하게 관찰하여 공동체 역사와 함께 집과 기억 그리고 이주라는 개념을 성찰하게 이끈다.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V&A) 특별 프로젝트 작품으로, 2018년 상영작은 이번 영상의 확장 버전이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서도호 작가가 머릿속으로 그려내는 흐름 그대로 관람자들도 함께 여정하며 현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듯하다. “상상에 그치지 않고 실현하는 그를 보면서 다음에는 과연 어떤 작업을 할지 항상 알고 싶다”라고 아트선재센터 김선정 예술감독이 말하듯이 관람객들도 같이 스케치북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공감하고 알고 싶은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국가를 초월한 삶을 살게 될 미래 또한 깊이 사유하게 될 전시는 11월3일까지.

서도호(b. 1962)
Do Ho Suh

서도호Do Ho Suh. 작업실에서. Photo by Gautier Deblonde / Courtesy of Art Sonje Center

2003년 아트선재센터에서 한국 첫 개인전을 연 서도호는 시드니 현대미술관(2022),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2019), 워싱턴 D.C. 스미소니언박물관(2018), 토와다 현대미술관(2018), 휘트니미술관(2017, 2001), 샌디에이고 현대미술관(2016), 도쿄 모리 미술관(2015), 서울 국립현대미술관(2013)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리버풀비엔날레(2010), 베니스 건축비엔날레(2010), 이스탄불비엔날레(2003), 영국 서펜타인갤러리(2002), 베니스비엔날레 본관 및 한국관(2001) 등 주요 세계 미술관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뉴욕 현대미술관, 뉴욕 휘트니미술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 런던 테이트모던, 리움미술관, 모리미술관, 가나자와 21세기현대미술관을 포함한 전 세계 유수한 미술 기관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2017년 호암상과 2013년 월스트리트 저널 매거진이 선정한 예술 부문 ‘올해의 혁신가’ 상을 받은 작가는 영국 런던에서 작업하고 있다.


아트선재센터
Art Sonje Center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87 (소격동)
관람: 화요일(Tue) - 일요일(Sun), 12:00 – 19:00
(월요일 휴관)
문의: 02. 733. 8949
입장료: 있음 (아트선재센터 홈페이지 확인)


Words & photographs by Koeun Lee
Still. Photo by Jeon Taeg Su / Courtesy of Art Sonje Center
Still. Courtesy of the artist, Lehmann Maupin and Victoria M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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