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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익, 빛을 머금은 어둠이 <나의 오늘>을 비추다

권순익, 빛을 머금은 어둠이 <나의 오늘>을 비추다

입력: 2024.7.13(토)
수정입력: 2024.7.15(월)




2024. 6. 15 - 7. 21

나의 오늘Today

권순익Soonik Kwon

화이트스톤 서울

 

권순익Soonik Kwon.느낌 4-01’, 2024 / Courtesy of Whitestone Gallery

빛을 머금은 어둠이 나를 비추는 거울인 듯하다. 30여 년 동안 흑연을 문지르며 무념무상(無念無想)을 녹여낸 추상회화와 기와 설치 작업을 이어온 권순익 개인전 <나의 오늘Today>이 서울 용산 화이트스톤갤러리에서 7월21일까지 열린다. 권순익 작가는 조형예술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로 꼽는 점 · 선 · 면을 탐구하며 일체의 생각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세상의 이치를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주재료인 흑연을 문지르며 ‘나’를 비워낸 그는 오랜 기간 이어온 결과물로써 연작 <무아(無我)>, <적·연(積·硏)-틈>과 대형 신작들 그리고 설치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불교에서 ‘영원하고 독립적인 실체가 존재하는 자아는 없다’를 ‘무아(無我)’라고 말한다. 회화를 전공하고 도예와 구상회화를 거친 권순익이 2010년경에 시작한 <무아(無我)> 연작은 ‘점’이 뚜렷하게 보이면서 이러한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캔버스 위에 다양한 색 물감으로 작은 원들을 그린 작가가 그 위에 고운 모래와 물감을 섞어 일일이 찍고 흑연을 비벼서 반들거리는 질감을 표현한 평면 회화는 이러한 과정을 수없이 되풀이하여 부조(浮彫)와 같은 입체감을 드러낸다. 또한 그 위에 원이나 사각형 같은 도형을 겹치면서 점과 면이 서로 관계를 맺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처음 소개하는 대형 <무아-그림자> 연작 네 점은 동양사상에서 우주 만물의 근원으로 여기는 음양오행설을 더욱 눈에 띄게 보여주며,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청(靑)·적(赤)·흑(黑)·백(白) 색깔을 띤 캔버스가 각각 커진 만큼 무한한 점들이 늘어나고 겹친 도형도 넓어지면서 관람객들은 더욱 방대한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맨 위 사진).

권순익 개인전<나의 오늘>이 열린 화이트스톤갤러리 서울 2층 전시장에 걸린 <적·연(積·硏)-틈>(사진 왼쪽) / Courtesy of Whitestone Gallery

권순익Soonik Kwon.틈 - 積·硏(적·연) 3-03, 2024 / Courtesy of Whitestone Gallery

‘선’과 ‘면’이 돋보이는 <적·연(積·硏)-틈> 연작은 끊임없는 시간 흐름 속에 과거와 미래를 잇는 오늘을 이야기한다. 언젠가 떠난 아프리카 여행에서 카메라를 잃어버린 작가가 가져간 책 <틈>(저자 오쇼 라즈니쉬)에 연필로 스케치하며 그 오늘을 잊지 않은 경험에서 영감받은 작품이다. 연작 제목에서 작가가 지나온 때를 상징하는 '적(積)'은 물감을 겹겹이 쌓아 올려서 표현한다. ‘틈'은 이러한 층층 사이에 생긴 공간이고, 작가는 영원으로 통하는 ‘틈’에 흑연을 문지르며 다듬는 '연(硏)'의 과정을 거쳐서 이 연작을 완성한다. 이 작품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오늘을 충실하게 살자는 위로와 메시지를 전한다.
2018년부터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기왓장 형태로 된 가벼운 조형물에 흑연을 문질렀다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100여 장을 2층 전시장 벽에 펼쳐 보였다. 기와를 설치한 <무아-심경>은 거친 표면을 끊임없이 갈고 닦으며 마음을 들여다본 작가가 관람객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자기를 돌아보는 매개체로 삼길 바란다고 밝힌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평면 회화와 설치 작품 안에서 음과 양, 과거와 미래처럼 상반된 개념이 위와 아래, 왼쪽과 오른쪽 구성으로 나누어지고 합에 이르는 정반합(正反合)이 반복된다. 이렇듯 불교 사상을 바탕으로 붓질과 흑연을 쌓으면서 시·공간과 그 ‘사이’를 드러내어 삶을 빛나게 하는 권순익의 예술 세계는 사유하며 고요히 세상 진리를 향해 나아가도록 이끈다. 해외 갤러리 화이트스톤이 서울에서 처음으로 국내 작가를 깊이 있게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7월21일까지.



권순익
Soonik Kwon

개인전 <나의 오늘>이 열린 화이트스톤갤러리 서울 전시장에 나선 권순익 작가 모습 / Courtesy of Whitestone Gallery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종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권순익 작가는 한국 외에도 북미와 유럽 그리고 중국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여러 그룹전과 아트페어에 참가하였다. 베네수엘라 국립현대미술관Museo Nacional de Arte Contemporaneo(MAC), 콜롬비아 이바게 박물관Museo de Arte del Tolima, 한국 국립외교원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화이트스톤 갤러리
Whitestone Gallery

서울 용산구 소월로 70
화요일(Tue)–일요일(Sun), 11:00 – 19:00


Words by Grace
Still. Courtesy of Whiteston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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