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예술가 올라퍼 엘리아슨, 전남 신안군 도초도에서 신작 ‘숨결의 지구' 공개
입력: 2024.11.18(월)
지난 11월15일. 한국에서 가장 섬이 많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갯벌을 품은 전라남도 신안에 신비로운 ‘돔dome’이 들어섰다.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출신으로 세계적인 예술가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신작 ‘숨결의 지구Breathing earth sphere’이다. 엘리아슨은 빛 · 물 · 공기 같은 자연요소를 활용하여 인간과 환경이 얽힌 관계 속에서 새로운 감각을 경험하는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어린이들이 환경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증강현실 작품을 발표했고, 2022년 카타르 수도 도하의 외곽에 있는 사막 생태계를 주의 깊게 살펴서 제작한 거울 파빌리온 여러 개를 한곳에 설치한 ‘한낮의 바다를 유영하는 그림자들Shadows travelling on the sea of the day’을 선보였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면서 너른 평야가 펼쳐진 도초도에서 공개된 이번 신작 역시 기후 변화로 인한 화산 활동으로 생긴 섬이라는 지형 특성에서 영감받았다고 밝힌 작가는 ‘인간은 그저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우리가 이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지구 환경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내는 소리에 귀기울일 때, 지구가 지속해서 생명력을 지켜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연환경과 바로 맞닿은 곳에서 우리는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고 무감각하게 여겨온 인류와 지구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둥근 형태로 지은 건축물 ‘숨결의 지구’는 신안군 도초면에 있는 도초 수국정원에서 방문객을 맞이한다. 섬에 도착한 이들은 나무가 우거진 길을 따라 언덕을 걸어 오르면 도초 수국정원 꼭대기에 다다른다. 정원 입구에는 팽나무가 있어 잠시 쉼을 누린 후에 어둑어둑한 터널 같은 곳을 지난 방문객은 둥그런 공간에 들어선다. 그리고 바깥에서도 보였던 붉은색 · 녹색 용암 타일로 채워진 그곳을 거닐고 그 위에 뻥 뚫린 천장을 올려다본 이들은 자연과 맞닿았음을 느끼게 된다. 화산 활동을 떠올리게 하는 색과 기하학적 형태들은 올록볼록 솟아 있는 듯한 시각 효과를 드러내어 방문객이 자연환경을 능동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자극한다. 작가는 ‘숨결의 지구’에 모서리, 지평선이나 경계가 없다고 한다. 또한 벽, 천장 그리고 바닥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 안에 서 있으면, 오로지 이 순간 여기에 존재함만을 느끼게 된다. 아래쪽 붉은색에서 녹색으로 변하는 타일은 대지 · 토양 · 식물의 푸르름을 분명하게 나타내며, 그 주변에 있는 다면체는 흙 속 결정체(結晶體)와 생명을 불어넣는 미세한 양분을 연상하게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자연과 어우러진 ‘숨결의 지구’는 커다란 공처럼 보이는 공간에 직접 들어가서 거닐며 경험하게 될 신비로운 감각의 세계로 이끈다. 이는 전체 1,025개 섬으로 이루어진 신안군이 섬 27곳에 각각 특별한 미술관 혹은 예술품을 하나씩 설치하는 ‘신안 예술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가운데, 처음 공개된 대지 미술관이자 예술작품이다.
올라퍼 엘리아슨 (b. 1967)
Olafur Eliasson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출신 올라퍼 엘리아슨은 1997년부터 설치 · 회화 · 조각 · 사진 ·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전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03년 제50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덴마크관 대표작가로 참여했고, 그 해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인공 태양을 연출한 ‘날씨 프로젝트’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뉴욕 시티 워터폴스’(2008), ‘당신의 무지개 전경’(2011), ‘아이스 워치’(2014-2018)와 같은 공공미술 작품으로 관람자들이 새롭게 인식하여 세상이 변하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2020년에는 어린이들이 환경 문제에 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개발한 증강현실 앱(AR) ‘어스 스피커’를 발표했고, 2022년에는 카타르 도하 외곽 사막의 섬세한 생태계에 주목한 거울 파빌리온의 군집 ‘한낮의 바다를 유영하는 그림자들’을 공개하였다. 2019년 UNDP 굿윌 기후 행동 친선대사에 임명된 그는 2023년 일본 황실로부터 프리미엄 임페리얼 상을 받으며 예술의 사회적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파리 루이비통 재단, 서울 리움미술관 등 세계 유수한 미술관이 작품을 소장한 그는 베를린 스튜디오에서 기술자·건축가·아키비스트·연구원·요리사·미술사학자·테크니션 등 여러 전문가들과 계속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Words by Grace
Still.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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