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6 – 4. 15

Balanced Vol.5

이상원Lee Sangwon 이여름Iurum 차민영Cha Minyoung

비트리 갤러리

이상원*Lee Sangwon*. ‘***Floating People***, (2022) /Courtesy of B-tree gallery

매년 3월 비트리갤러리에서 선보이는 그룹전 <Balanced>가 올해 다섯 번째로 열렸다. 조각·회화·사진 등 미술에서 분야별로 뛰어난 작가를 선정하여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컬렉터와 갤러리가 같이 균형을 맞추어 꾸준히 성장하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긴 기획 전시이다. 2019년을 시작으로 4년 동안 이어졌고 올해는 <Balanced Vol.5>에서 이상원·이여름·차민영 작가 세 명을 소개한다.

서로 다른 개성과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낸 세 작가는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수많은 사람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 현대인 모습을 탐구하는 이상원은 취미를 즐기는 가장 행복한 순간만큼은 모두가 동등한 가치와 무게를 지니며 존재함을 섬세하게 붓칠한다. 화폭마다 손에 잡힐 듯 아름다운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장소에서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활기 넘치게 그려져 있다. 산을 오르거나 스키를 타고 바다에서 수영하거나 파도에 몸을 맡기는 서퍼들도 캔버스에 묘사하였다. 유채꽃밭에 파묻혀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알록달록한 텐트가 늘어선 휴양지에서 쉼을 누리거나 공원에서 개를 앞세워 걷거나 달리는 사람들도 있다. 오직 자기 취향에 맞추어 여가를 즐기는 이들이 어느새 무리가 되었다. 취미가 유행처럼 빠르게 번져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사회 구성원 사이에 존재해야 할 자율성이 빚어낸 모순을 발견한다. 작가는 ‘여가를 누리는 풍경’ 안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여름*Iurum*. ‘***pudding heart***, (2023)’ /Courtesy of B-tree gallery

‘소소하지만 특별했던 순간이 살아가는 데 힘이 된다.’ 소중한 기억을 달콤하게 저장하는 작가 이여름은 2011년부터 추억을 달고나·하리보·막대사탕·아이스크림에 넣어 보관하는 ‘SWEETCH(Sweet+Switch)’ 시리즈를 작업해왔다. 작년 7월에 열린 개인전 <아이스크림 속 인생>(비트리갤러리)에서는 삶에서 즐겁거나 슬프거나 힘들던 일들이 모두 잊혀 아쉬웠던 작가가 영원히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에 그 기억을 담아 재구성한 작품을 선보였다. 기억을 형상화한 미니어처가 들어 있는 오브제를 레진으로 만들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하트 모양과 귀여운 바나나 쿠키맨에 풍성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가득 담아 전시장에 들어서는 이들에게 ‘달콤한 치유’를 선사한다.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는 사물과 장소를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해석하여 시각화하는 작가 차민영은 영상·설치·사진·조각을 넘나들며 작업한다. 주로 쓰이는 매개체는 여행용 가방이며, 서로 반대되는 가치를 동시에 지니는 대상을 깊이 탐구하여 현대인이 머무르거나 스쳐 지나가는 공간과 맞닿는 관계를 포착하고 가상 공간 안에서 그 관계를 구성한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기후가 급변하는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을 때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사유하는가를 작가가 끊임없이 스스로 물으면서 작업한 <Horizon> 연작과 <Melting Frame> 연작에서는 더 폭넓어진 가상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