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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훈, HOMAGE to HOMO SAPIENS

곽훈, HOMAGE to HOMO SAPIENS

국내보다는 세계에서 더 인정받는 곽훈 화백의 작품들을 만나는 전시가 서울에서 열렸다. 경기도 이천 작업실에서 꾸준히 작업하며 개인전을 거의 매년 선보이는 곽 화백이 대형 작품과 드로잉을 포함한 신작 50여 점을 공개하였다. 창작하는 자유를 억압받던 시대에 미국으로 떠난 그가 가슴 속 깊숙이 품은 고국을 향한 마음을 조선 시대 찻사발에 녹여내고 지금까지 이어온 예술혼을 추상표현 회화에 담아 펼치는 숭고한 세계를 만나보길 바란다.


2023. 3. 2 - 3. 31

곽훈, HOMAGE to HOMO SAPIENS

예화랑


깊고 푸른 바닷속에서 고래가 솟구치는 경이로운 광경이 눈앞에서 벌어진다. 최근 힘있게 붓질하여 고래사냥을 묘사한 작품 ‘할라이트Halaayt’ 연작을 선보이는 추상표현주의 대가 곽훈 개인전이 3월31일까지 서울 가로수길에 있는 예화랑에서 열렸다.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로 6m가 넘는 대형 회화 설치 작품 ‘Teabowls’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1층 한쪽 벽면을 빈틈없이 채운 수많은 찻사발은 좀 더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같은 모양이지만 하나하나 자유로운 붓놀림으로 그려져 있어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끊임없이 사유하며 자기 내면에 쌓인 무엇인가를 비워내는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는 순간, 작은 움직임도 멈춘 듯한 고요한 분위기에서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 감각을 표현한 작품이다. 곽 화백은 1975년 미국으로 건너가서 물질문명 앞에 선 ‘나’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생각하며 처음 그리기 시작한 찻사발로 예술에 전념한 삶을 돌아보는 작업이라고 전한다.

곽훈 개인전 <HOMAGE to HOMO SAPIENS>가 열린 예화랑 1층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운 작품 ‘Teabowls’ /Courtesy of Gallery YEH

찻사발은 곽 화백을 대표하는 소재로 여겨지는데 이는 미국에 도착하기 전에 잠시 들른 일본 동경국립박물관에서 보고 감동했던 조선 시대 찻잔 이도다완(井戶茶碗)과 닮았다. 소박하게 생긴 이 그릇에 물을 담으면 작고 오목한 옹달샘 같아서 자연이 떠오르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벅차오르는 울림에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작은 찻잔 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큰 무게와 기능과 공간을 가질 수 있는 어떤 미학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라고 말한 곽 화백. 그가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그린 ‘Teabowls’ 회화와 같은 층 한편에 함께 배치된 도자기 ‘Pouring’ 연작은 쓰임새를 넘어서 드넓은 세계에 존재하는 인류를 향한 의미를 담는다. 지금을 사는 사람들 ‘호모 사피엔스’에 경의를 표함으로써 인류가 나아갈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자 하는 작가는 그 열정을 이번 전시 <HOMAGE to HOMO SAPIENS>에서 고스란히 보여준다. ‘다가올 시대를 준비하듯이 나 또한 그에 맞추어 끝없이 발전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밝힌 곽 화백은 최근 몇 년 동안 새로운 주제를 탐구하고 몰입하였다. 찻사발처럼 예로부터 전해진 대상에게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인 감각을 입힌 ‘Halaayt할라이트’ 연작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2층과 3층에 걸쳐 드로잉과 신작을 발표하였다.

곽훈 개인전 <HOMAGE to HOMO SAPIENS>가 열린 예화랑 2층에 선보이는 ‘Halaayt할라잇’ 연작과 드로잉

3층 전시장에는 ‘Halaayt’ 연작과 곽훈 화백이 실제로 방문했던 울산 반구대 암각화 동영상이 재생된다. 이 암각화에는 여러 고래, 작살 그리고 5인용 배 그림이 있는데 발굴 작업을 통하여 날카로운 작살이 사슴 뼈를 갈아서 만들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Halaayt’ 연작은 사람이 손으로 찻사발을 빚었던 조선보다 더 옛 시대를 더듬어 고대 이누이트 족 또한 지금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 현시대 인류와 같다는 독창적인 관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신의 가호 아래 사는 인간이 거대한 고래에 맞서 싸우는 장면은 첨단 시스템을 개발한 현대인과 사뭇 다른 원시적인 모습일지라도 이들 또한 진화하는 새 시대를 맞이하게 될 인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고래사냥 의식을 치르는 이들을 힘있게 붓질하고 은은한 금빛 색채로 간결하게 표현한 작품을 보면 대가의 연륜과 함께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경이로움이 담겨 있음을 느끼게 한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에 맞추어 곽훈 화백과 함께 마음을 가다듬고 과거를 돌아보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시대정신을 가져보면 어떨까. 전시는 3월31일까지.

예화랑
Gallery YEH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73
Tel +82 2 542 5543
Hours Monday–Saturday, 10 AM – 6 PM


Words by Grace
Still. Courtesy of Gallery Y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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