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영 | Flowing and pause, 흐르고 멈추는
2022. 12. 14 - 12. 31
Flowing and pause, 흐르고 멈추는
정보영
이화익 갤러리
돌이켜본 과거 한 지점은 언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10년 전 그때를 5년 전에 바라보고 또 지금 떠올리면 기억도 감정도 새롭다. 마치 산을 오르며 보이는 지평이 다르듯 시간이 층층이 쌓이면서 다른 지평을 만들어 낸다. 작품 ‘흐르고 멈추는 Flowing and pause (2022)’에서 비슷한 간격으로 주름진 채 드리워진 천은 이렇게 시간이 쌓인 ‘켜’를 상징한다.
공간과 빛의 관계를 탐구하여 캔버스에 재현하는 정보영 개인전 <Flowing and pause 흐르고 멈추는>이 서울 종로구 이화익갤러리에서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빛이 움직이는 익숙한 듯 낯선 공간을 작가가 오랫동안 몰두하여 그린 회화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정보영 개인전 <Flowing and pause 흐르고 멈추는>을 선보이는 이화익갤러리 전시장 전경 /Courtesy of the artist and Leehwaik Gallery
창 앞에 나무 탁자가 놓인 공간이 있다. 작가는 이곳을 관찰한다. 이른 아침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탁자를 지나 바닥에 다각형 모양을 드러낸다. 시간이 흐르며 이 형태는 벽을 타고 올라가고 폭이 점점 좁아지다가 정오를 지나면 이내 사라진다. 구름이 태양을 지날 때 분명했던 초점과 선이 흐릿흐릿해지면서 빛은 쌓이고 따뜻함이 더해간다. 한낮에 사라졌던 빛의 그림자는 늦은 오후 또 다른 형태를 만든다. 작가는 시시각각 바뀌는 빛을 주의 깊게 살펴 따뜻함과 서늘함, 부드러움과 예리함을 화면에 가시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마치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게 시간이 흘러가는 가운데 홀로 누군가를 인식하고서 이해하려 애쓰는 열망에서 느끼는 모순된 감각과 같다. 캔버스 위에 시간과 빛이 멈춘 순간순간을 그리며 기억을 소환한 작가는 해가 지고 어둠이 존재를 드러낼 즈음 탁자 위 유리구의 그림자가 천 위로 서서히 드리워질 때까지 사유하는 여정을 이어간다. 그리고 김영호 미술평론가가 언급하듯이 밤에 펼쳐지는 환상 세계로 이끌어가는 촛불이 스스로 빛을 발하며 기억을 불러들이고 사라져가며 인생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처럼 시 한 편 읽는 느낌으로 삶을 성찰하는 전시를 감상해보면 어떨까.
정보영 개인전 <Flowing and pause 흐르고 멈추는>을 선보이는 이화익갤러리 전시장 전경 /Courtesy of the artist and Leehwaik Gallery
이화익갤러리 Leehwaik Gallery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67 (송현동)
Tel. +82 2 730 7817, 7818
Hours Monday–Saturday, 10 AM–6 PM
Words by Grace
Still. Courtesy of the artist and Leehwaik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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