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26

Nov 26 여행지에서 특별한 쇼핑 | Grocery Shopping

여행을 가면 꼭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 중 하나가 그 나라의 마켓이다. 음식 문화를 배우기에 이보다 알맞은 곳이 또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명물이나 대롱대롱 매달린 과일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재래시장은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과일이나 채소 등 특산물을 구매하기 좋고, 대형 슈퍼마켓에서만 볼 수 있는 물건들은 나라별로 그 종류가 다양해서 역시 마켓 구경이 필수다.

외국의 대형 슈퍼들은 대체로 규모가 크고 파는 물건도 더 다양하며 통로는 한국과 비교해 널찍하다. 개인적으로 유럽보다는 특히 미국과 캐나다에서 그렇게 느꼈다. 1988년에 엄마가 미국으로 가서 살게 되면서 처음으로 장을 보러 갔다가 ‘이곳이 천국인가’ 하고 놀랐던 기억을 얘기해줬다. 그때는 한국에 회원제로 운영되는 창고형 홀세일 할인매장이 존재하지도 않았을 때라 신세계라고 했었다. 그런 엄청난 창고형 매장이 아닌 일반 슈퍼마켓들도 그 규모가 한국과는 비교가 안되게 큰 편이다. 땅의 크기에 비례한다고 생각했다.

뉴욕에 살면서 자주 방문했던 Whole Foods Market.
현지인만 아는 독특한 제품이 있다. 바로 피넛버터.
병에 포장된 브랜드 제품이 아니라, 직접 땅콩의 종류를
골라서 기계 밑에 플라스틱 통을 받쳐 두면 즉시 먹음직
스런 피넛버터가 갈려 나온다. 그 어디에도 없는 맛!

나라마다 물가의 차이는 있지만, 그 나라에서 가장 많이 생산·소비하는 제품일수록 저렴하다. 나는 특히 이런 물건들은 놓치지 않고 구매해 오는 편이다. 이탈리아 슈퍼에서 파는 1유로 와인이라던가 혹은 그 종류가 다양한 파스타면이 내 눈을 사로잡는다. 스페인의 마켓 코너에 가득 진열된 수많은 하몽들과 팀탐의 나라 호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쪽 벽 진열장 가득 채운 팀탐 과자 앞에서도 여지없이 손을 뻗었다.

만약 여행하고 돌아와 지인들에게 기념품이라도 돌려야 한다면,
이 또한 슈퍼에서 해결하곤 한다.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소소한
상품들을 선물용으로 고르다 보면 어느새 카트에 한가득 실려
있고, 영수증은 내 팔 길이만큼 길 때가 많다. 물론, 그 중에
개인적으로 가지려고 고른 물건도 빼곡하다!

우리 식구들은 가족여행을 오래 가게 되면 매번 밖에서 사먹는 음식이 부담스럽거나 이따금 한식이 그리워져, 근처 마켓에서 구입한 식재료로 요리해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슈퍼에서 산 싱싱한 해산물과 한국에서 가져온 반찬들을 내어놓으면 근사한 한 끼가 된다. 그리고 장보면서 초밥이나 롤을 발견할 때마다 그냥 지나치치 못하고 꼭 같이 사온다. 그러면서 “역시 한국인은 밥이지!”라며 여행 중 잦은 외식 탓에 느끼해진 속을 달래본다.

지난 몇 년간 여행 다녀온 나라 중 몇 군데만 골라 가장 인상 깊었던 것들을 그려 보았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첫날 먹은 하몽 샌드위치의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호주의 팀탐 초콜렛 과자와 캐나다의 메이플 시럽은 아주 훌륭한 선물이 되었고, 싱가포르는 역시 열대 과일이 맛있었다. 이탈리아에서 먹은 토마토 파스타와 리몬첼로가 꽤나 충격이었다면, 처음으로 에스프레소가 쓰지 않고 맛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모카포트는 몇 개나 사올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리고 여행이 막바지에 이르면 늘상 반복하는 고민이 있다. 여행 내내 추억과 사진을 잔뜩 남겨 뿌듯해야 할텐데, 여행한 나라를 기념하는 물건들로 꽉 찬 캐리어의 무게가 얼마나 될지 이리저리 재보며 걱정하는 것이다. 어찌나 현실적인지! 그렇게 마지막날 짐을 알차게 싸는 것으로 시작해서 한국에 돌아와 다시 짐을 풀고 정리를 마쳐야 기나긴 여행이 마무리된다 . 드디어 끝났다는 실감이 내 안에 스며드는 순간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엔 어디로 가지?’ 고민하며 다음 여행을 또 계획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