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자들 | 벤프, 캐나다
캐나다로 여행을 떠났다.
차를 렌트해서 서부를 돌고 비행기를 타고 동부로 건너가는 여정이며, 중간에 벤프(Banff)라는 곳에서 며칠 머물렀다. 벤프는 캐나다 앨버타 주에 있는 벤프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자그마한 마을이다. 근처 곤돌라를 타고 설퍼산(Sulphur Mt.)에 올라 내려다보자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고 자연에 둘러싸여 있어 예뻤다.
이렇게 작은 마을이지만 많은 여행자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곳이기도 하다. 근처에서 하이킹, 자전거 여행, 스키 등 여러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온천까지 있어 최적의 리조트 마을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또한 주변의 너무나 아름다운 호수와 산의 접근성이 좋아서 캐나다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씩은 들른다.
벤프는 크게 동네 주민분들의 집과 상가로 이루어져 있는데, 상가에는 대부분 작은 상점과 음식점, 펍이 있어 여행 온 사람들을 위한 오후의 쉼터가 되어 준다. 여러 종류의 음식점들이 있고 또 그 유명한 캐나다 페이스트리 프랜차이즈점인 비버 테일스(Beaver Tails)가 있어 끼니 해결은 물론 당충전을 위해서도 꼭 가볼만 하다. 참고로 Peter’s Drive-in은 캘거리에 위치한 아주 유명한 버거집인데, 보통 캘거리에서 벤프 쪽을 가면서 테이크아웃을 하기 좋은 곳이다.
차를 타고 돌아다녀보면 이곳이 얼마나 자연과 함께 살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찻길 바로 옆에서 큰뿔양과 곰을 만날 수 있고, 집 안마당을 유유히 활보하고 다니는 사슴들을 볼 때면 그저 신기하다. 관광객들은 발걸음을 멈추거나 차를 잠시 세워 쳐다보고 사진도 찍는데, 현지 사람들은 늘상 보는 광경이라 그런지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냥 지나친다.
벤프에서의 마지막날, 근처에 유명하다는 레이크루이스(Lake Louise)를 보러가기 위해 벤프 시내에서 빠져나오는 길이었다. 신호에 걸려 기다리는데 창문 밖에 한 노부부가 보였다. 자전거로 종일 여행을 하시는지, 할머니는 앞에서 가만히 주변을 보고 계셨고 뒤에 계신 할아버지는 신호가 떨어지길 기다리면서 열심히 지도를 보며 길을 찾고 있는 듯 했다. 사소하지만 그 순간 두 분이 굉장히 따듯하고 행복해 보였다. 이런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 나는 사진을 잊지 않았지!
“Bicycle Travelers”
Size : A4 (210 x 297mm)
4 color Screen Printed
Printed on 250g Fabriano Unica Printmaking Paper
-
내가 하는 보통의 여행은 이렇듯 기록을 위한 사진이 필수이다.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기도 하지만 우선은 나의 안 좋은 기억력을 위해 사진부터 한 컷. 그리고 여행이 끝나면 그 시간을 되돌아보며 사진을 정리하고 기억을 떠올린다. 순간순간 스케치도 하지만 나중에 돌아와 좀 더 몰입하면서 그리고 싶은 마음이랄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소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생각해보고 그림을 그린다. 이 노부부처럼 말이다.
Words & Illustrations by Cindy Kim
© 리아뜰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