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16 - 2022. 1. 30

유칼립투스의 향기 The Smell of Eucalyptus

국제갤러리 K1, K3

국제갤러리는 현대미술 거장인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개인전 《유칼립투스의 향기》를 개최한다. 부르주아는 서울 리움미술관 야외에 설치되었던 거미조각 ‘마망’(maman·엄마)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작가이다. 국제갤러리에서는 부르주아 개인전이 2002년에 처음 열렸고, 2012년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이다. 조각과 평면 작품을 아우르며 2022년 1월30일까지 국제갤러리 K1과 K3에서 소개한다.

현재 활동하는 미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꼽히는 부르주아. 40대에 미국으로 이주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프랑스에서 나고 자랐다. 아직 어린 나이에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던 부르주아는 당시 유칼립투스를 약으로 많이 썼다고 추억하였다. 그 후 99세를 일기로 타계한 2010년까지 유칼립투스를 태워 스튜디오를 환기하고 정화하며 지냈다. 작가에게 유칼립투스는 어머니를 향한 사랑이자, 기억에서 촉발하는 심리 작용을 거쳐 과거를 현재로 소환하는 감각의 힘을 방증하는 존재이다. 특정 작품 제목이면서 전시 제목인 《유칼립투스의 향기 The Smell of Eucalyptus》는 부르주아가 후기 작품에서 특히 강조하는 기억과 자연 순환 그리고 오감을 뜻한다.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TURNING INWARDS SET #4 (SWELLING)*, 2007, Etching on paper, diptych © The Easton Foundation/VAGA at ARS, New York/SACK, Seoul /Photo by Ken Adlard /Courtesy of Kukje Gallery

전시에서 주를 이루는 작품은 <내면으로 #4 Turning Inwards Set #4> 연작 39점이다. 작가가 당시에 몰두하던 낙엽과 식물이 연상되는 상승 곡선, 깊숙한 안쪽 씨앗에서 줄기로 기이하게 성장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또한, 무수히 많은 눈을 달고 있는 인물 형상이나 힘차게 똬리를 틀고 있는 신체 장기도 보인다. 작가가 만든 조각품에 응집한 이야기를 구성하는 모든 모티프motif를 하나하나 언급하며 그렸다. 제목 ‘내면으로’가 암시하듯, 생을 마감하기 전 10여 년 동안 부르주아를 지배한 감성은 바로 자기성찰이었다.

그 이후 제작한 <잎사귀 (#4) Leaves (#4)>, <너울 Swaying>, <높이, 그리고 더 높이 Up and Up> 같은 작업은 <내면으로> 연작을 밑거름으로 탄생하였다. 부르주아는 일기에서 발췌한 어휘나 글귀를 이 작품들에 녹여내곤 하였다. 이번 전시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조합하여 구성한 대형 판화 모음집 『유칼립투스의 향기』인 셈이다.

루이스 부르주아 개인전 《유칼립투스의 향기》가 열리는 전시관 K3 전경 /Courtesy of Kukje Gallery

전시 공간에는 끊임없이 사적인 내면과 언어 그리고 초현실주의를 넘어선 형상들이 펼쳐진다. 작가가 작업실에서 태우던 유칼립투스 향이 관람자에게 은은하게 스며들어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킬 듯하다. 전시는 2022년 1월30일까지.

루이스 부르주아(1911년 파리에서 탄생, 2010년 뉴욕에서 사망)는 지난 세기부터 현재까지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하나로 꼽힌다. 조각가로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설치, 퍼포먼스, 드로잉, 회화, 판화 등 매체를 다양하게 활용하였다. 그리고 기억, 사랑, 두려움, 유기 등 복잡한 내면을 물질화한 작업 세계를 선보인다. 부르주아는 1983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수여하는 문화예술공로훈장, 1991년에는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국립예술상 조각부문 대상을 받았다. 1997년에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예술훈장, 2008년에는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수여하는 레지옹 도뇌르 Legion d'Honneur 훈장을 받았다. 1993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미국관 작가로 참여하였고,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뉴욕 현대미술관 MoMA, 프랑크푸르트 쿤스트페어라인 Kunstverein, 런던 테이트모던 Tate Modern, 파리 퐁피두센터 Centre Pompidou 등 세계 유수한 기관에서 회고전이 열리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국제갤러리 Kukje Gallery
Seoul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54, 48-10(본관, 신관) /Tel. +82 2 735 8449
Hours Monday–Saturday, 10 AM–6 PM / Sunday & National holidays, 10 AM–5 PM

국제갤러리는 1982년에 개관하여 국내를 대표하는 화랑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헬렌 프랑켄텔러, 샘 프란시스, 짐다인, 프랭크 스텔라, 안젤름 키퍼, 요셉 보이스와 같은 해외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였다. 특히 2003년에 세계적인 작가 빌 비올라와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을 개최하여 언론과 관람객들로부터 큰 관심과 호응을 얻었다. 그뿐만 아니라 국제갤러리는 일찍이 한국 작가들을 해외에 알리기 위하여 1988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트 바젤에 참여하였다. 갤러리가 소개한 한국 작가들은 세계 컬렉터와 미술계에서 주목 받게 되었다. 그 이후로 베니스 비엔날레, 리옹 비엔날레와 같은 세계적인 비엔날레에 참여하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