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서울관 K1에서 양혜규 신작 <황홀망恍惚網> 최초 공개 | 2021.8.24
2021. 8. 24 – 9. 12
국제갤러리 서울 K1
국제갤러리는 8월24일부터 양혜규 작가가 새로 작업한 황홀망恍惚網을 최초로 선보인다. 작년에 연구하고 제작에 들어간 황홀망 연작은 한지를 콜라주한 작품이다. 고즈넉한 돌담길을 면하는 창이 돋보이는 K1 전시장에서 9월12일까지 신작 12점을 선보인다. 이후 9월15일부터는 국제갤러리가 새롭게 마련한 한옥 공간인 리졸리 스튜디오 내 뷰잉룸으로 자리를 옮기고, 작품 6점을 더 소개할 예정이다.
주로 물리적인 공간을 다뤄 왔던 양혜규 작가. 지난해부터 정신이 물질과 합을 이루어 공명하는 관계를 상징하는 종이 무구 전통에 관심을 기울였다. 바로 설위설경設位設經이다. ‘까수기’라고도 불리는 설위설경은 종이를 접어 오린 후 다시 펼쳐서 만드는 무구巫具 혹은 종이 무구를 만드는 무속 전통을 지칭한다. 충남 태안반도를 중심으로 한 앉은 굿에서, 의식을 준비하는 법사가 설위설경으로 굿청을 장식하고 경문을 외운다. 종이라는 미미한 물질에 정신을 불어넣어 한을 풀거나 영혼을 달래는 영靈적인 행위가 이뤄진다.
작가는 평평한 종이를 단순히 재현하기 위한 재료가 아니라 삶을 서사하고 정신을 담는 물질로 생각하였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온 종이 공예가 설위설경처럼 삶과 혼을 각양각색으로 투영하고 포괄하기 때문이다. 종이 표면을 뚫어 숨 쉬게 하거나, 접힌 겹을 이용하여 한지가 지니는 고유한 (반)투명성을 강화하였다. 그리고 칼로 정신적인 의례와 전통 공예에 기인한 문양이나 형상을 떠냈다. 그 과정에서 겹과 층을 서로 맺으며 직조하였다. 마치 물질과 정신이 엮인 형태이다.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문양을 배치하거나 망자의 혼을 서사적으로 구성한 황홀망 연작이 완성되었다.
양혜규는 2020년에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작품 ‘오행비행’에서 현수막 5점의 끝단을 설위설경으로 장식하였다. 평면을 여러 겹으로 포개어 물리적인 입체 공간에 교차하였다. 이후에 더 깊이 연구하기 위하여 무속 연구 기관을 답사하고 학자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기억과 경험에서 비롯된 철학을 개념으로 정리하고 설치 작업으로 귀결하였던 작가는 이번에도 같은 맥락으로 작업하였다. 전시 공간에 들어서서 혼과 삶을 녹여낸 황홀망에 둘러싸였을 때, 우리는 작가가 사유한 정신세계로 스며들게 될 듯하다.
국제갤러리 Kukje Gallery
Seoul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54, 48-10(본관, 신관) /Tel. +82 2 735 8449
Hours Monday–Saturday, 10 AM–6 PM / Sunday & National holidays, 10 AM–5 PM
국제갤러리는 1982년에 개관하여 국내를 대표하는 화랑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헬렌 프랑켄텔러, 샘 프란시스, 짐다인, 프랭크 스텔라, 안젤름 키퍼, 요셉 보이스와 같은 해외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였다. 특히 2003년에 세계적인 작가 빌 비올라와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을 개최하여 언론과 관람객들로부터 큰 관심과 호응을 얻었다. 그뿐만 아니라 국제갤러리는 일찍이 한국 작가들을 해외에 알리기 위하여 1988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트 바젤에 참여하였다. 갤러리가 소개한 한국 작가들은 세계 컬렉터와 미술계에서 주목 받게 되었다. 그 이후로 베니스 비엔날레, 리옹 비엔날레와 같은 세계적인 비엔날레에 참여하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
Words by Koeun Lee
Still.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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