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웹스터 | 일루미나리움
2022. 8. 27 - 10. 20
일루미나리움ILLUMINARIUM
엠마 웹스터Emma Webster
페로탕 도산파크
마음 깊이 품은 감정과 물결치는 의식이 장엄한 자연에 비추니 신비롭고 꿈속 어딘가에 있는 듯하다. VR(가상현실)에서 스케치와 드로잉을 조합하거나 왜곡하고 무대조명 연출로 극적인 요소를 입혀서 만든 풍경을 그리는 회화 작가 엠마 웹스터 개인전 <일루미나리움>이 10월20일까지 페로탕 도산파크에서 열린다. 2016년 해외 갤러리 페로탕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자리한 데 이어 서울에 두 번째로 마련한 전시장에서 선보이는 개관전이다.
영국계 미국인으로 LA에서 활동하는 엠마 웹스터는 직접 그린 스케치와 드로잉을 VR 안에서 종이에 사진이나 인쇄물을 오려 붙이는 콜라주 기법으로 덩굴손, 나무, 풀, 잎사귀를 하나로 모으고 각각 길게 늘이거나 줄인다. 이렇게 완성된 수풀 안으로 빛을 들여 그림자가 지게 하면 옆이나 위, 아래 혹은 안에서 밖을 보는 듯한 3차원 공간이 생긴다. 이렇게 가상 세계를 완성한 작가는 꿈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비현실을 유화 물감을 묻힌 붓으로 캔버스에 옮기고 섬세하게 다듬는다. 마침내 울창한 숲과 굽이치는 계곡, 높은 절벽 끝과 땅에 박힌 바위, 작은 풀, 그 너머에는 웅장하게 우뚝 서 있는 산, 다양한 빛깔로 물든 하늘이 평면 위에 생명력을 지닌 채 펼쳐진다.
낯설지 않은 풍경에 상상 요소를 더한 가상 세계는 인간이 현실에서 실제로 겪는 사회적 흐름을 떠올리게 한다. 엠마 웹스터가 왜곡하여 그린 풀 하나하나가 자연이 지닌 자생력을 시각화한 초월적 존재이고 인간은 그 속에 흔적조차 없어 한없이 겸허하게 한다. 자연을 상징하는 ‘알로에’와 ‘에틸렌’을 합하여 작가가 만든 조어 ‘알로에틸렌Aloethylene’ 작품은 유기적 관계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서로 미칠 영향이 순환하는 인과관계로 불분명함을 끊임없이 고찰하게 한다. 에틸렌은 세균으로부터 보호하는 식물 호르몬이면서 환경오염의 주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플라스틱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라는 모순된 실재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내세운 작가는 최근 빈번하게 나타나는 이상 기후 현상을 인지하여 예측 불가능에 적응할 비현실 세계를 만들었고 문제를 풀어갈 실마리를 넌지시 품고 있다. 그리고 내면세계를 형상화한 다른 작품들도 자연에 얽힌 관계를 찾아 끊임없이 생각을 이어가게 한다.
낭만주의 화가 존 마틴이 보여준 지구 종말론적 시각에 마음을 빼앗기고 조지아 오키프와 터너의 회화에서 숭고함을 느낀 엠마 웹스터가 수백 년 된 장르인 풍경화를 창의적으로 바라보며 ‘가상’ 개념을 녹여낸 전시 <일루미나리움>을 페로탕 도산파크에서 만나보시길.
페로탕 도산파크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5길 10
Hours Monday–Sunday, 10 AM–6 PM
Words & photographs by Koeun Lee
Still.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 리아뜰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