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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랑 그룹전, 빛의 흔적을 아로새긴 <빛·흔: Light Trace>

예화랑 그룹전, 빛의 흔적을 아로새긴 <빛·흔: Light Trace>

입력: 2025.06.25(수)
수정입력: 2025.07.08(화)



2025. 5. 31 - 7. 18

빛·흔: Light Trace

박선기, 윤종주, 박현주, 이환권

예화랑


아름다운 빛이 남긴 흔적을 아로새긴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고즈넉한 창덕궁길에 자리 잡은 예화랑이 다채로운 빛을 품은 예술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설치미술가 박선기, 회화 작가 박현주와 윤종주 그리고 조각가 이환권은 전시 <빛·흔: Light Trace>에서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차분하게 관람자들을 이끌어 내면세계로 향한다.

그룹전 <빛·흔: Light Trace>를 선보이는 예화랑 1층 전시장 벽면에 윤종주의 신작들이 걸려 있다. / Courtesy of Gallery YEH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파스텔톤 크리스털 비즈들이 색상마다 직육면체를 이룬다. 눈높이에서 작품을 마주하고 직육면체 사이를 조심스럽게 걸어 다니며 ‘빛’을 쫓는 ‘An aggregation 20220707’(2022)은 박선기의 설치작품이다. 바람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빛의 흐름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을 작가는 ‘자연에 새로운 논리와 규칙을 덧입혀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치우치지 않은 조화로움과 균형을 성찰하는 과정이 담겼다’고 설명한다. 내면마저 투명하게 비추는 듯한 수많은 비즈는 공간에 공기처럼 스며드는 동시에 빛을 반사하여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 옆에는 마치 날이 새어 밝아 올 무렵 하늘과 닮은 듯한 윤종주의 평면 작업이 어우러지며 눈길을 끈다. 언어로 표현되는 색과 색 사이에 존재하면서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색을 품은 세계가 빛이라고 언급한 작가는 그 미지의 색을 찾아가는 여정을 작품에 담아냈다. 캔버스 위에 부은 물감이 흐르면서 생긴 색면(色面)이 같은 과정을 거쳐 쌓임에 따라 깊이감을 더한다. 이 작품은 빛으로 인해 시각적으로 더욱 넓어진 세계를 마주한 관람자들에게 메시지보다는 감각을 전한다.

전시 <빛·흔: Light Trace>가 열린 예화랑 2층 전시장 전경 / Courtesy of Gallery YEH

박현주의 ‘빛. 그림’과 이환권의 나무 조각이 창밖 자연 풍경과 어우러진 3층 공간 모습 / Courtesy of Gallery YEH

2층과 3층에서는 자연과 인간 사이를 더 뚜렷하게 오가는 빛을 발견할 수 있을 듯하다. 박현주 작가는 자연의 근원으로 여기는 빛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회화에 고스란히 담았다. 화면 속 이야기는 자연의 무상함을 뜻하는 ‘낙화(落花)’를 비롯하여 자연이 끊임없이 변하고 순환하는 구조임을 의미하는 ‘유수(流水)’ 그리고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인간의 작은 존재감이 떠오르는 ‘천지(天地)’ 같은 어휘로부터 유추하듯이 풀어냈다. 생아사천 위에 겹겹이 쌓아 올린 ‘자연을 닮은 색’은 토끼 가죽에서 추출한 젤라틴 성분으로 이루어진 아교와 안료를 적절히 섞어 만들었다. 중세 유럽에서 쓰인 템페라 화법처럼 광택 있는 색감을 덧입힌 작가는 작은 존재인 인간이 더 큰 자연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로서 빛을 내보인다. 박현주 작가의 ‘빛.그림INTO Light’은 우리도 각자 마음에 품은 ‘빛’을 되돌아보게 이끈다.
그동안 청동bronze 재료로 인물을 조각해온 이환권 작가는 나무를 주재료로 처음 사용한 신작을 선보인다. 그는 산속에 폭설과 강풍으로 쓰러져 벌목된 후 내버려 둔 나무를 깎아서 주물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나 오랜 친구 모습 등을 표현한다. 그 형상에 채색하는 과정을 거치며 일상에서 스치듯 지나가면서 잊어버린 기억의 잔상 혹은 언어로 남기지 못하고 고여 있는 마음을 투영한 이환권 작가는 ‘정서를 품었다’고 말한다. 그는 어둠에서 빛을 찾아내었고, 빛나는 시간 뒤편으로 사라지는 그림자까지 모두 담아내어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인식하도록 한다.

조용히 사유하며 빛을 경험하는 시간을 거쳐 관람자들이 그들만의 또 다른 ‘마음의 빛’을 떠올리게 될 전시는 오는 7월18일까지.


예화랑
Gallery YEH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100 (원서동)
관람: 화요일(Tue) - 토요일(Sat), 10:00 – 18:00
(일요일,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문의: 02. 542. 5543


Words by Grace
Still. Courtesy of Gallery Y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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