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편집: 2025년07월30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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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을 초대하는 박물관

아기들을 초대하는 박물관

  런던의 미술관 박물관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을뿐더러 영유아와 보호자가 함께 참여할 교육 프로그램이 여러 가지 마련되어 있다. 프로그램들은 문화 배경이 다른 참가자들이 스스로 의미 있는 학습을 경험하도록 하는 데에 주안점을 둔다. 그것은 개인의 문화 예술 감수성을 높임으로써 일상에서 예술의 가치를 발견하는 눈을 키워준다. 박물관 교육팀은 전시와 교육이 개인의 태도, 가치, 행동, 나아가 그들로 하여금 우리 주변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오늘은 매튜가 처음 박물관에 온 날. 매튜의 엄마는 아이의 박물관 첫 방문을 축하하려고 교육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했다고 한다. 매튜는 갤러리에서 천을 뒤집어쓰고 제멋대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옆에는 아직 걷지 못하는 아기가 갤러리 바닥을 기어 다닌다. 집안에서 육아에 매여 있던 엄마들은 박물관에서 아기들을 자유롭게 풀어 두고 함께 쉰다. 칭얼거리는 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엄마도 오랜만의 외출에 표정이 밝다. 그들은 다른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대화는 국적과 상관없이 일상적인 내용이다. “아기는 몇 개월인가요?” “언제부터 옹알이를 하기 시작했나요?” 한쪽에선 다른 이 눈길을 의식하지 않고 젖을 먹이는 엄마도 보인다. 이곳은 완벽하게 baby-friendly하며 영유아에게 우호적이다. 아기들이 대형 라파엘 그림들 사이에 둘러싸여 마음껏 뒹구는 동안 어느새 엄숙한 박물관은 놀이터로 바뀐다.

영국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알버트 뮤지엄이 지난해 운영한 교육 프로그램 ‘Design Baby: Explore the Hallyu’에 참가하려고 박물관에 처음으로 방문했다는 매튜의 모습 / Courtesy of Apple Crumble Studio

지난해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알버트 뮤지엄(V&A)에서는 전시 <Hallyu! The Korean Wave>와 교육을 연계한 ‘Design Baby: Explore the Hallyu’ 프로그램이 기획되었다. 목적은 0~3세 아기와 엄마가 감각 놀이를 하면서 한류 전시회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 따라서 이 뮤지엄에서 가장 큰 공간인 Raphael Cartoons를 빌려 거기에 촉각 · 후각 · 청각 · 시각을 자극하는 한류전 관련 오브제들을 배치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교육팀 기획자들이 참여자들에게 직접 다가가 한국 문화를 설명하면서 그들이 스스로 체험하도록 하고 더불어 참여자 간의 교류도 이끌어냈다. 세션마다 아기와 엄마 50여 명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열 차례씩 이루어졌다. 이 프로그램은 영국을 대표하는 국립 박물관에서 방문객들에게 한국 문화를 직접 소개함으로써 나 또한 기획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큰 사명감을 느꼈고, 세계 무대에서 한국 문화가 가진 힘을 실감했다.

‘Design Baby: Explore the Hallyu’ 교육팀 기획자와 이야기 나누는 어린이 참가자 / Courtesy of Apple Crumble Studio

‘Design Baby: Explore the Hallyu’는 네 가지 공간으로 구성되었으며, 참가자들은 자유롭게 네 곳을 오가며 원하는 체험을 했다. 예를 들어 ‘Design & Play’에서는 한국 전통 꽃의 향기를 맡고 색과 모양을 탐구한다. 종이꽃 향을 맡으며 어떤 색일지 상상하고 색칠도 한다. ‘Move & Dance’에서는 다른 아기들과 함께 케이팝에 맞추어 춤추고, 한국 전통 악기를 흔든다. ‘Imagine & Create’에서는 한글을 못 읽는 보호자들이 한국 전래 동화책에 나온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상상해 아기들에게 들려준다. ‘Sense & Explore’에서는 꼬마전구, 호일, 천 따위 감각을 자극하는 오브제들을 만지고, 향을 맡고, 소리를 내며 감각적 교감을 한다. 이때 보호자는 다양한 감각 자극에 따른 아기들의 반응을 관찰한다.

네 가지 공간으로 구성한 프로그램 ‘Design Baby: Explore the Hallyu’ / Courtesy of Apple Crumble Studio

언뜻 보기에 이러한 체험은 ‘놀이’처럼 여겨지겠지만, 비언어적 소통으로 세상과 교감하는 영유아에게 감각은 ‘세상’과 ‘나’를 잇는 통로이다. 교육학자 비고츠키LevVygotsky가 주장한 ‘상호 작용을 통한 구성주의 이론’에 따르면, 학습은 개인의 내면에서 구성되기도 하지만 남(또래)과 어울리면서 더욱 자극되고 발전한다. 따라서 또래들과 어울릴 장을 만들어 주는 일은 매우 훌륭한 교육적 가치를 지닌다. 또한 철학자 들뢰즈Gilles Deleuze는 진정한 배움이란 이미 알려진 것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반응하는 데에서 온다고 강조했는데, 창조적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예술 작품이 가득한 박물관에서 다양한 감각 오브제들을 자유롭게 탐구하는 데서 얻을 교육적 가능성은 무한하다.

프로그램 ‘Design Baby: Explore the Hallyu’에서는 영유아 눈높이에 맞추어 동양 문화를 직접 경험한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하면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다문화 교육이 이루어진다. 감각을 통해 경험한 한국 문화는 엄마와 아기의 세계를 넓혀주고, 아기와 엄마를 잇는 매개가 되어 편견 없이 그들 세계에 녹아들게 된다.

예술 작품이 풍부한 환경에서 그런 기억을 많이 간직하면서 자란 아이들은 예술의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고 동시에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으로 지친 일상으로부터 자신을 회복시키는 법을 익힌다. 흔히 말하는 ‘유러피안 라이프 스타일’에서 드러나는 여유는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문화와 예술이 삶에 스며든 기억에서 비롯되는 것 아닐까. 매튜 엄마가 박물관 첫 방문을 기념하려고 ‘Design Baby: Explore the Hallyu’ 참가를 신청했듯이 이곳에는 누군가의 첫 번째 방문을 기념할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영국 미술관과 박물관 문턱은 엄마와 아기에게 높지 않다. 박물관에 유모차를 끌고 오는 일을 걱정할 필요도, 조용한 공간에서 아이가 울까 눈치 볼 필요도 없다. 그들의 첫 번째 방문을 환영하고 축하하려는 박물관 교육팀이 언제나 기다리고 있으니까.

지난해 V&A에서 운영한 프로그램을 ‘Design Baby: Explore the Hallyu’를 기획하고 교육한 필자(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동료들 / Courtesy of Apple Crumble Studio


Words by Rosie Suyeon Kang
All Stills. Courtesy of Apple Crumble Studio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교육 프로그램 참가자의 동의 하에 촬영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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