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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지금(1)] 4월20일 개막 '2024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김윤신·이강승 참여, '한국관'은 구정아 개인전, 병행전시 '유영국 회고전'과 '광주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에서도 국내 작품 다수 선보여

[베네치아, 지금(1)] 4월20일 개막 '2024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김윤신·이강승 참여, '한국관'은 구정아 개인전, 병행전시 '유영국 회고전'과 '광주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에서도 국내 작품 다수 선보여

입력: 2024.04.23(화)
수정입력: 2024.04.26(금)


2024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La Biennale di Venezia 60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포리너스 에브리웨어Foreigners Everywhere

프레스 프리뷰: 2024. 4. 17(수) - 19(금)
일반 관람: 2024. 4. 20(토) – 11. 24(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스텔로 공원(자르디니 · Giardini di Castello), 아르세날레Arsenale 전시장 일대

“하얀 건물은 어디로?” '2024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이 열린 자르디니Giardini di Castello 본 전시관은 남미 출신 예술감독 아드리아노 페드로사의 강렬한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올해 60회를 맞는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이 4월20일 개막하였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스텔로 공원(자르디니 · Giardini di Castello)과 아르세날레 전시장 일대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11월24일까지 이어진다. 본 전시와 국가관 전시 그리고 베니스비엔날레재단이 공식적으로 선정한 병행전시로 이루어진 국제미술전이 올해 선정한 주제는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를 뜻하는 <포리너스 에브리웨어Stranieri Ovunque - Foreigners Everywhere>이다. 이 주제는 이탈리아 팔레르모에 기반을 둔 예술가 듀오 클레어 폰테인Claire Fontaine이 2000년대 초 이탈리아에서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에 맞서 싸운 단체 ‘스트라니에리 오분케Stranieri Ovunque’가 나누어준 전단지 문구를 그대로 쓴 네온 조각 연작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어디를 가든 외국인을 만날 것이며, 나아가 우리 역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방인’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내포한 똑같은 문구가 세계 각국 언어와 다양한 색상으로 표현된 이 네온 조각 연작은 오늘날 외국인 혐오가 팽배하는 사회 현상과 개인이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소외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2024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이 열리는 아르세날레Arsenale 본 전시관 입구에 설치된 클레어 폰테인Claire Fontaine ‘Foreigners Everywhere’ 네온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베니스비엔날레 역사상 최초로 남미 출신 예술감독인 아드리아노 페드로사Adriano Pedrosa는 작년 6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를 발표하며 “외국인 · 이민자 · 실향민 · 망명자 · 난민 예술가들의 작업에 초점을 맞추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나아가 이방인의 의미를 넓혀서 “오늘날 성 정체성으로 박해받고 소외되는 퀴어 예술가, 독학으로 작업 활동을 시작한 예술가와 민속 예술가처럼 미술계 변방에서 겉도는 인물들 그리고 모국에서 여전히 이방인으로 취급받는 토착 예술가도 조명한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본 전시에 참여하는 전 세계 미술가는 작년보다 119명 늘어난 332명(혹은 팀)이고, 이 가운데 한국 미술가는 김윤신, 이강승, 이쾌대, 장우성 총 4명이다. 지난해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초대전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깊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은 60년 예술 생애 중에 40년을 아르헨티나에서 머물며 작업하였다. 여전히 아르헨티나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면서도 두 땅에서 모두 영원한 이방인을 자처한 작가는 이번 비엔날레 주제와 부합하여 페드로사 감독으로부터 본전시에 초청받았다. 김윤신은 올해 본전시에서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연작에 속하는 나무 조각 4점과 오닉스onyx와 재스퍼jasper와 같은 준보석을 재료로 한 돌조각 4점을 선보인다. 60여 년 동안 자연과 우주 만물에 내재한 질서를 바탕으로 원시 · 영성 · 전통을 연구한 김윤신은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상호작용하며 하나가 되고, 그 합이 다시 둘로 나뉘어 각각 또 다른 하나가 된다’는 뜻을 자연으로부터 가져온 재료에 담아 왔다.

‘베니스비엔날레’ 자르디니 본 전시장에서 만난 이강승 작가. 아래 사진은 벽에 걸린 그의 양피지 평면 작업을 유심히 바라보는 관람객 모습

이강승 작가는 전시장 바닥에 무려 7.6m에 달하는 대형 설치 작업 ‘Untitled (Constellation)’을 펼쳐 보여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본 전시관에 선글라스를 쓴 모습으로 등장한 김윤신 작가. 아래 사진은 작품 ‘합이합일 분이분일 1984-84(1984)

김윤신 작가의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조각 연작 8점이 전시된 ‘베니스비엔날레’ 자르디니 본 전시장 전경 / Courtesy of Kukje Gallery and Lehmann Maupin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며 성 소수자 이야기를 예술로 엮어 발표해온 작가 이강승은 자르디니와 아르세날레 두 곳에서 작품을 소개한다. 자르디니에서는 7.6m에 달하는 대형 바닥 설치 작업과 양피지 작업 6점을 선보인다. 이강승은 여러 작품과 오브제가 전시장 바닥에 놓인 ‘Untitled (Constellation)’ 작품에서 국가를 초월한 퀴어 역사에 얽힌 인물, 특히 예술가와 사건을 기리는 뜻을 담았다. 그리고 그는 성 소수자들이 모이는 포트 로드 해변, 엘리시안 공원 등 특정 장소에서 채집한 식물과 씨앗 같은 자연물 그리고 종이 이전에 널리 사용된 양피지를 한 생명 혹은 인류 역사를 기록하고 품은 매체로써 활용하였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듯이 전시장 바닥에 놓인 작업물 하나하나는 여러 세대와 지역에서 지워지고 잊힌 수많은 사람과 사건을 모아서 촘촘하게 연결함으로써 시공간을 넘나드는 거대하면서 서정적인 서사를 이룬다. 지역과 처한 환경에 따라 자연스레 달라지는 ‘이방인’의 개념과 정체성을 섬세한 예술 관점에서 다룬 이강승 작가는 “다음 세대 퀴어 예술가들에게 단단하게 연결된 유대감을 이어주는 동시에 관람객과 이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아르세날레에서 소개하는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3>에서 공개한 영상 설치 작업 〈라자로〉(2023)이다. 무용수 두 명이 싱가포르 안무가 고추산 작품 〈미지의 영역〉을 재해석하고, 브라질의 개념미술가 호세 레오닐슨의 옷 설치 작업 ‘라자로’(1993)를 오마주하여 드레스셔츠 두 벌이 하나로 이어진 삼베 의상을 입고 벗으며 서로 간 교감을 표현한다.

(왼쪽에서 세 번째 걸린 장우성의 ‘Atelier(1943)는 잉크와 채색으로 한복 입은 여인과 함께 작업실에 있는 자기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그 옆에는 파란 한복 두루마기에 서양식 페도라를 쓴 이쾌대 자화상 ‘Self-portrait in a Long Blue Coat(1948-49)’가 나란히 걸렸다.

또한 월북 미술가 이쾌대(1913-1965), 전통 문인화 화법을 현대 감각으로 바꾸어 국내 한국화를 새로운 경지로 개척하고 대한민국 표준영정 제1호 충무공 이순신 영정을 그렸으나 여전히 친일 논란으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월전(月田) 장우성(1912~2005) 역시 폭넓은 의미로 ‘이방인’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진 예술가이다. 이들 작품이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제3세계를 포함한 비서구권 화가들이 그린 초상화를 모은 섹션에 각각 한 점씩 걸렸다. 언론 사전관람 셋째 날 전시장을 방문했을 때 100여 점이 넘는 초상화 중에 유독 두 작품을 유심히 바라보는 관람객들이 많았다. 한류 문화 열풍으로 한복을 알아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특정하지 않은 이방인이 다른 이방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여전히 한계가 있지는 않은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듯하다.

*사진 설명: 위 사진 두 장은 자르디니 전시장 모습으로, 회화 · 영상 · 조각과 아카이빙 형식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두 번째 사진은 1993년 결성된 이래 기후 · 도시 · 난민 · 민주주의 등 범세계적 주제를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다뤄온 수퍼플렉스 작품을 관람객이 감상하는 모습이다. 3인으로 구성된 수퍼플렉스는 2002년 난민에게 배타적이었던 코펜하겐 정부를 비판한 포스터 작품 ‘Foreigners, Please Don’t Leave Us Alone With The Danes!’를 재해석하였다. 기존 문구를 그대로 인쇄한 포스터 3만 장을 전시장 바닥에 쌓아두고 관람객들이 가져가게 했고, 그 옆에서는 이 포스터가 공공장소 혹은 개인 공간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이미지를 모아서 만든 영상을 빠르게 보여 준다. 아래 사진 두 장은 아르세날레 본 전시장으로, 평면 작업과 함께 규모가 큰 설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장소에 걸맞게 웅장함을 과시한다.

해외 작가로는 남미 추상미술 대표작가 올가 드 아마랄Olga de Amaral, 이탈리아 태생 관객 참여형 자연주의 작품을 선보이는 안무가 시모네 포르티Simone Forti, 팔레스타인 출신 추상회화 선구자 사미아 할라비Samia Halaby, 영국계 나이지리아 예술가로 문화적 정체성과 탈식민주의를 탐구하는 예술가 잉카 쇼니바레Yinka Shonibare, 뉴질랜드 마오리족 여성 작가 4인으로 구성된 예술 공동체 마타호 컬렉티브Mataaho Collective, 덴마크 아티스트 그룹 수퍼플렉스Superflex, 쿠바 작가 질리아 산체스Zilia Sanchez가 ‘베니스비엔날레’ 초청 명단에 올라 작품을 선보였다. 또한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작가와 최근에 세상을 떠난 작가들도 이번 본전시에서 작품으로 만난다. 프리다 칼로Frida Kahlo,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를 비롯하여 필리핀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하며 탈식민주의와 페미니즘 그리고 국가 정체성을 초월한 디아스포라의 삶을 친밀한 시선으로 그려낸 파시타 아바드Pacita Abad, 쿠바 태생 미국 작가로 ‘가장 단순한 회화’를 탐구하며 꾸준히 작업하고 101살 나이에 인정받기 시작한 카르멘 헤레라Carmen herrera, 라틴 아메리카의 대표적인 모더니스트 예술가 중 한 사람인 타르실라 두아마라우Tarsila do Amaral 등이 그들이다.


’미술 올림픽’으로 불리는 ‘베니스비엔날레’, 4월20일 개막식에서 ‘황금사자상’ 발표

이처럼 초청받은 전 세계 예술가들이 작품을 선보이는 ‘베니스비엔날레’는 세계적인 규모와 함께 오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한다. 1895년 베니스 시가 주최하여 열린 ‘제1회 베니스시 국제 미술전1st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of the City of Venice’은 당시 이탈리아 국왕 움베르토 1세 부부가 참석하고 22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리면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2년마다 열리게 된 국제미술전은 자연스럽게 ‘2년마다’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비엔날레’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2년마다 건축전과 번갈아서 개최되는 미술전을 중심으로 영화·무용·음악·연극 분야까지 아우르는 ‘베니스비엔날레’는 본 전시와 더불어 국가 대항전 성격을 띠는 국가관 전시를 열고, 최고 예술가 · 국가관 · 평생공로 부문으로 나누어 ‘황금사자상’을 시상함으로써 ‘미술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국제 미술 행사로 굳건히 자리매김하였다.

아르세날레 전시관에 들어서는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마타호 컬렉티브Mataaho Collective의 대형 섬유 설치 작품 ‘타카파우Takapau’.

올해 ‘황금사자상’은 지난 4월20일 개막식이 열린 가운데 발표되었다. 최고 예술가(혹은 팀)는 아름다운 시(詩) 한 편을 엮어낸 듯한 대형 섬유 설치 작품 ‘Takapau’를 선보인 마타호 컬렉티브Mataaho Collective이다. 2012년 뉴질랜드(마오리어로 아오테아로아Aotearoa)에서 처음 결성되어 마오리족 여성 작가 4인이 활동하는 예술 공동체 마타호 컬렉티브는 마오리족 여성이 출산을 치를 때 사용하는 전통 직조물 ‘타카파우Takapau’를 아르세날레 전시장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천장을 감싼 대형 크기로 만들었다. 태아를 품는 자궁을 떠올리게 하는 이 거대한 설치 작품은 조명 효과로 인하여 빛을 받으면서 벽과 바닥에 격자무늬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모계 전통으로 이어지는 원주민 여성의 삶과 노동을 예술로 승화한 ‘Takapau’는 마치 광활한 우주이자 안식처와 같으며, 오래전 자연에서 인간이 터득한 전통 기술법의 미래지향적 활용 방안을 보여준다는 평가 속에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을 폭넓게 생각하도록 이끈다.

국가관 부문 황금사자상을 받은 호주관Pavilion of Australia <kith and kin> 전시 전경 / Courtesy of La Biennale di Venezia

예술가 아키 무어Archie Moore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호주관의 어두운 벽과 천장에 분필로 그려 넣은 원주민 가계도 상세 사진 / Courtesy of La Biennale di Venezia

또한 에티오피아와 탄자니아 합중국 등 ‘베니스비엔날레’에 처음 참가하는 4개국과 한국관을 비롯하여 국가관 전시 88개가 열린 가운데, 국가관 부문 황금사자상은 전시 <kith and kin(친구와 친척)>을 선보인 호주관에 돌아갔다. 처음 황금사자상을 받은 호주관에 들어서면 호주 에보리진Aboriginal 원주민 출신 예술가 아키 무어Archie Moore가 어두운 벽과 천장에 6만5천년 동안 기록되거나 사라진 원주민 역사를 4년 넘게 역추적하여 몇 달 동안 직접 분필로 그린 가계도가 눈에 띈다. 그중에는 질병으로 사망하거나 살해되거나 공개 기록에서 지워져서 비워둔 곳들도 있다. 2천4백 세대에 걸쳐 대략 3만5천 명을 조사한 작가는 원주민 사망과 관련하여 호주 정부의 검시관 조사기록이 담긴 보고서와 국가 공식 기록물을 함께 전시하였다. 잊히거나 사라진 과거를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드러낸 이 설치 작업은 많은 이들에게 ‘상실’이라는 무거운 감각과 함께 희미하게나마 회복될 ‘희망’이라는 감정 또한 불러일으키며 인류 공통으로 가지는 역사 인식에 울림을 줄 듯하다.



개관 30주년 맞이하는 한국관, <구정아 - 오도라마 시티>와 특별전 <모든 섬은 산이다> 개최

1986년부터 이탈리아관 지하 4평 남짓한 전시 공간에서 ‘셋방살이’로 행사에 참가한 우리나라는 1993년 독일관 작가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백남준과 건축가 김석철이 제안하여 1995년 마침내 ‘한국관Korean Pavilion’을 세웠다.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카스텔로 공원(자르디니)에 2023년 기준으로 전시관 건물이 29개 있는 가운데, 마지막 국가관인 26번째로 들어선 ‘한국관’은 내년 30주년을 맞이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ts Council Korea는 대표작가 구정아 전시와 함께 역대 참여 작가의 작품을 고르게 선보이는 특별전 <모든 섬은 산이다>를 마련하였다.

자르디니에 있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바깥에는 구정아 작가가 ‘뫼비우스의 띠’ 모양으로 만든 나무 벤치 작품이 놓여 있다.

올해 한국관은 익숙하여 아련하고 낯설면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향으로 채워진다.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된 구정아가 공동 예술감독 이설희 그리고 야콥 파브리시우스와 함께 7개월 동안 준비한 전시 <오도라마 시티ODORAMA CITIES>(~ 11.24)는 지난 17일 4시에 개막하였다. 전시 제목 중 ‘오도라마’는 향을 의미하는 ‘오도odor’와 드라마drama의 ‘라마rama’를 결합한 단어이다. 이번 한국관 전시는 전 세계인으로부터 ‘한국 도시와 고향에 얽힌 향에 관한 기억’을 지난해 6월25일부터 9월30일까지 3개월여 동안 설문지를 통해 받은 답변 600여 건 중에서 선정한 기억 17가지로 만든 향이 시각적 상상으로 ‘한반도의 초상’을 그려낸다.

구정아 작가는 외부에 의해 변형이 이루어지지 않는 무중력 상태에서 가상이면서 현실이고,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볼 수 있는 물질(物質)과 비물질(非物質) 같은 상반된 개념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세계관을 30여 년 동안 구축해왔다. 건축 요소를 비롯하여 언어 · 드로잉 · 그림 · 조각 · 애니메이션 · 영상 · 사운드 · 향 등 여러 매체를 사용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후각 경험으로부터 시각을 불러오는 작업을 선보였고, 주요 키워드는 ‘향’과 ‘기억’이다. 1996년 활동 초창기 프랑스 파리 스튜디오에서 작은 옷장에 좀약을 놓은 냄새 설치 작품 ‘스웨터의 옷장Pullover’s wardrobe’을 선보인 이후로 작가에게 ‘향’은 지금까지 영감을 주는 중요한 매체 중 하나이다. 관람객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맡은 냄새로 인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려가는 과정은 작가가 그동안 탐구해왔던 작업과 연결되며, 이는 한국관이라는 공간과 ‘베니스비엔날레’ 주제를 아우르는 전시로써 여러 감각에 몰입하고 경험하도록 이끄는 작업 영역이 더욱 넓어졌음을 보여준다.

이번 한국관 전시에서 구정아 작가가 향 디퓨저와 센서를 내장한 브론즈 조각 ‘KANGSE SpSt’(2024)을 선보였다. 높이 162cm 높이의 이 동상은 2분마다 한 번씩 ‘오도라마 시티’ 향을 코에서 내뿜는다. / Courtesy of Pilar Corrias, London, and PKM Gallery, Seoul

구정아 작가가 뫼비우스 띠 모양을 한 나무 조각 작품 ‘[OCV SOS] SYMMETRYOF SPACE’(2024) 안에 서 있다. 관람객은 이 나무 조각에 앉아서 천천히 ‘향기 여행’을 즐기면 된다. / Courtesy of La Biennale di Venezia

공동 예술감독 이설희Seolhui Lee와 덴마크 코펜하겐 출신 야콥 파브리시우스Jacob Fabricius가 자르디니 한국관에서 전시 컨셉과 함께 공간을 정비하고 뫼비우스 띠를 새긴 나무 바닥을 공사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현 인류를 초월한 존재로서 공중부양하는 듯한 ‘포스트 휴먼’ 동상을 중심으로 한국관 안팎에서는 ‘향’과 무한대 기호 ‘뫼비우스의 띠Möbius strip’가 텅 빈 듯이 고요한 공간을 메우고 있다. 구정아 작가 대표 캐릭터 ‘태아’를 닮은 동상은 향 디퓨저 역할을 하고 센서는 바닥까지 이어져 있어, 2분마다 한 번씩 ‘오도라마 시티’ 향을 내뿜어 공간에 퍼뜨린다. ‘오도라마 시티’는 바다 · 산 · 겨울 · 낙엽 · 밥 · 한약 · 온돌 등 18가지 기억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조향하였다. 이 향을 제외한 나머지 16개는 하얗고 동그라며 나프탈렌처럼 생긴 ‘구’를 전시장 천장 근처에 구석구석 숨겨두어, 그 밑을 지날 때 은은하게 맡을 수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전시장에 놓이는 나무 설치 작품 두 개와 나무 바닥에 새겨진 모양은 모두 ‘뫼비우스의 띠’이다. 이 무한대 기호는 향을 통해 공간과 각자 호흡하는 관람자들이 정서적으로 교감하도록 무한히 이으며 섬세하게 감싸는 현상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보여준다. 고국이 아닌 곳에서 활동하는 두 예술감독과 구정아 작가는 “관람자들이 냄새를 맡고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내밀한 기억을 이미지로 떠올리게 된다. 이들이 한국관에서 경험하게 될 ‘한국 향기 여행’을 통해 한국인을 새롭게 정의하고 선뜻 만나기 어려웠던 이들과 교류가 이루어지길 고대한다”라고 전하였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간에서 ‘오도라마 시티’를 제외한 다른 향을 모두 맡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작가의 세계관 안에서 그만큼 냄새에 집중하여 한국을 저마다의 감각으로 새롭게 그려나가고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기억을 덧입히고 사유하는 시간을 보낼 듯하다. 또한 세계 미술 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품이 나아갈 미래 또한 가늠할 수 있겠다.

한국관 구정아 전시와 함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산하 아르코미술관이 마련한 한국관 건립 30주년 특별전시 <모든 섬은 산이다Every Island is a Mountain>는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이 전시는 12세기 카스텔로 지구의 운하 앞에 지어져 오랜 역사를 지닌 몰타 기사단 수도원Sovrano Militare Ordine di Malta에서 4월18일 개막하였고 9월8일까지 선보인다. ‘섬’과 ‘산’ 속 생태계 안에서 모든 생명체가 공통으로 가지는 정신을 공유하듯이 인류가 시간과 국가적 ‧ 문화적 경계를 넘어 연결된다는 주제를 담은 예술 풍경이 중세 건축물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한국관 건립에 앞장선 故 백남준 작가가 그의 미디어아트에 담은 메시지를 중심으로, 지난 30년간 한국관 전시에 참여한 작가 36명이 다채로운 서사와 감각을 다룬 작품 82점을 수도원 안팎에 짜임새 있게 채웠다.

한국관 건립 30주년 특별전 <모든 섬은 산이다>가 열린 몰타 기사단 수도원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전시장에서는 김인겸의 모형 작품이 눈에 띈다. 지금 한국관과는 다르게 유리 벽으로 둘러싸인 원형 전시장 중앙에 나선형 계단이 있다. 벽에는 한국관 개막 전시에 나섰던 윤형근 회화도 걸려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기록원이 소장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관이 거쳐온 30년을 보여주는 ‘아카이브 전시’가 그 시작을 알린다. 이 전시는 한국관 설립에 이바지한 백남준 작가가 지닌 예술 세계관과 건축가 김석철이 공동설계자 프랑코 만쿠조Franco Mancuso와 함께 준공하는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1995년 첫 전시에 참여한 김인겸이 아크릴 구조물로 한국관 내부를 제작한 설치 작품 ‘프로젝트21-내추럴 네트’(1995)의 모형과 드로잉, 2003년과 2005년에 참여한 박이소의 드로잉 등을 함께 전시하였다. 여기에 그동안 열린 모든 전시 정보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조합하고 풀어낸 이완 작가의 아카이브 영상 신작 ‘커넥서스: 섬 속의 산’(2024)이 더해지면서 과거로부터 현시대를 잇는 한국 현대미술을 살펴볼 수 있다.

문성식. ‘빛과 어둠’, 2023

이형우. ‘무제’, 2023

서도호. ‘Who Am We?’(2000) / Courtesy of Lehmann Maupin

프레스코화가 유일하게 남아 있는 전시 공간에서 황인기 ‘이보게’(2023)를 비롯하여 마이클 주 ‘Liminus’(2017) 작품 등이 눈길을 끈다.

정연두. ‘상록타워’, 2001

김수자. ‘바늘 여인-자오선’, 2023

문경원&전준호의 ‘미지에서 온 소식: 이클립스’(2022)가 설치된 방에서, 이번 전시 참여작가 정연두가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이어서 수도원 안 복도를 따라 걸으며 선 · 면 · 색으로 리듬을 표현한 성낙희의 오일 파스텔화 ‘Cozy Cardio’(2023)와 스피커에서 낯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오는 김소라 사운드 작품 ‘얼어붙은 방귀의 싸늘한 냉기’(2023-2024)를 감상하고, 작은 방 여러 곳을 드나들며 회화 · 사운드 · 조각 · 영상 · 사진 등 다양한 매체 작품을 만나게 된다. 김윤철의 신작 ‘스트라타’(2024)는 반고체 물질이 작품 안에서 생기 있게 살아 움직이며 온도 · 습도 · 빛 · 시간 등에 따라 색이 변한다. 마치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는 듯이 어두운 공간에 전시된 문성식의 ‘빛과 어둠’(2023) 19점은 표면을 파고 은박을 채우는 상감기법을 활용하여 한국 정서를 드러낸 회화이다. 제주 오름에서 아이들이 광대 · 수호자 · 간병인 · 동물 등 다양한 모습을 한 목각 인형 ‘꼭두’를 가지고 놀면서 생기를 불어넣는 영상 <수호자들>(2024)은 제인 진 카이젠의 신작으로, 죽은 이들이 안전하게 저승에 가기를 비는 마음을 담았다. 이들 작품 외에도 신작을 내놓은 이주요, 황인기와 함께 서도호, 정연두, 김수자, 문경원 & 전준호, 코디 최 등은 한국관에서 선보인 기존 작품을 각 방에서 현대 관점으로 새롭게 풀어내어 관람객을 맞이한다. 특히 이형우 설치 작품이 놓인 공간에서는 미색을 띤 벽에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봐야 한다. 서도호 작가가 한국 고등학교 졸업앨범 사진을 수만 장 모아 제작한 벽지 작품 ‘Who Am We?’(2000)로, 집단에 가려진 개인의 정체성을 서서히 드러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최정화 작가는 3미터 높이를 훌쩍 넘는 조각 ‘nATuReNuRture’ 12점을 몰타 기사단 수도원의 야외 정원에 설치하였다.

30년 전 한국관 개막 전시에 참여한 곽훈이 선보였던 대금 퍼포먼스는 이번 행사에서 국립국악원 최초 여성 대금연주자 서승미가 재연하였다. / courtesy of Arts Council Korea

1995년 한국관 개관전에서 곽훈 작가가 선보인 설치 작품 <겁/소리 - 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

탁 트인 야외 정원에서는 한국 전쟁과 분단으로 인한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실향민들이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심리적 풍경을 담아낸 강익중 신작 ‘아리랑’(2024)과 해안가에 버려진 스티로폼으로 탑을 쌓아 생태계와 인간의 공존을 기원하는 최정화의 ‘nATuReNuRture’(2023-24) 작품이 눈길을 끈다. 마지막으로 1995년 한국관 개관 당시 비구니 스님들과 대금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곁들여 화제가 됐던 곽훈의 설치 작품 ‘겁/소리 - 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1995)은 대지와 인간이 긴 호흡으로 연결됨을 보여주며 오랜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국립국악원 최초 여성 대금연주자 서승미가 이번 개막식 행사에서 이를 재연한 데 이어 故백남준을 오마주하는 퍼포먼스로 예술위와 백남준아트센터가 공동 기획한 <본 죠르노 시뇨르 백Buon Giorno Signor Paik>이 연이어 펼쳐지며 한국관 3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가 빛났다. 이번 특별전이 열리는 기간에는 야외에 한국관 건축구조로 세운 투명 파빌리온에서 다양한 공공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개막일에 출간된 아카이브북 <마지막 국가관The Last Pavilion>은 공식 웹사이트에서 받을 수 있다.


비엔날레가 열리는 동안 본전시와 국가관 전시 외에도 베니스비엔날레재단이 공식 선정한 병행전시가 30곳에서 열린다. 병행전시는 ‘베니스비엔날레’ 공식 로고를 사용하여 홍보하므로, 베네치아 골목을 걷다가 이 로고가 눈에 띄면 들어가 보기를 추천한다. 이렇게 베네치아 곳곳에서 열리는 병행전시 30개 중에 한국 비영리 재단이 진행하거나 국내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도 네 곳에서 개최되어, ‘베니스비엔날레’를 찾는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한국 현대미술을 더욱 깊이 알리는 기회가 될 듯하다.

베니스비엔날레재단이 공식 선정한 병행전시는 사진에 있는 전시 현수막 오른쪽 빨간 공식 로고를 사용하여 홍보한다.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KoRICA)과 이성자기념사업회 그리고 갤러리현대가 마련한 <이성자: 지구 저편으로> 역시 병행전시로 선정되었고, 베네치아 아르테노바ArteNova에서 11월24일까지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전시는 [베네치아, 지금(2)]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색채 없는 그림은 상상할 수 없다’, 베니스비엔날레 공식 병행전시로 열린 유영국 회고전

이 네 곳 중에 미국 미술전문지 <아트뉴스>가 ‘비엔날레 기간에 베니스에서 봐야 할 전시 10선’ 중 하나로 꼽은 전시가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이하 재단)이 개최하는 유영국 회고전이다. 유영국(1916-2002)은 한국 제1세대 추상미술가로, 식민 지배와 독립 그리고 전쟁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 서구 현대미술 흐름을 받아들이고 탐구하며 시련을 예술로 승화하였다. 이번 전시 <유영국: 무한 세계로의 여정A Journey to the Infinite: YOO YOUNGKUK>에서는 그가 1960-70년대 작업한 회화 29점과 석판화 11점 그리고 그의 삶 속 예술 여정을 모은 자료들이 전시된다. 고향 울진에서 사계절을 지내며 빛을 내뿜는 태양과 산, 하늘을 바라보며 신비롭고 숭고한 힘을 마음으로 받아들인 유영국 작가가 간결한 기하학적 형태와 밝고 선명한 색채로 묘한 감정을 불러오는 조화를 이루어냈을 당시이다. 이번 전시가 유영국을 해외 기관에서 처음 소개하는 자리인 만큼, 재단과 협력 갤러리 PKM 그리고 기획자는 장소 선정부터 전시 구성, 동선까지 더욱 세심하게 신경썼다고 한다. 유영국 회고전이 열리는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Fondazione Querini Stampalia은 16세기 이탈리아 예술과 건축 역사를 온전히 간직하면서 유럽 유명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카를로 스칼파가 한 층을 현대적으로 리모델링 하였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곳에서 관람객은 지상층 전시장을 둘러보며 호기심을 갖고, 1층 라이브러리에서는 작가와 내밀하게 교감한 뒤에 3층에서는 그의 작품을 진지하게 마주하게 될 듯하다.

작가 소개 영상을 감상하며 통로를 지나 들어서게 되는 지상층 전시장(Ground Floor)은 1990년대 초에 제작한 석판화를 비스듬히 세워 전시하여, 눈앞에 작은 산이 여러 개 솟아있거나 혹은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래 사진 제공: 유영국미술문화재단Yoo Youngkuk Art Foundation)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라운지 공간(1층)에는 유영국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들과 다큐멘터리 영상 그리고 회화 작업 7점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3층 전시장은 화이트 큐브로, 동·서양 사상을 예리하게 꿰뚫어 보며 탐구함으로써 마음으로 받아들인 장엄한 자연을 선명한 색채와 기하학적 추상으로 그려낸 유영국의 회화 22점이 돋보인다.

이번 전시에 나온 그림들 중에는 국가 기증 이건희 컬렉션과 방탄소년단 리더 RM의 개인소장품도 있다. 베네치아 운하와 정원이 맞닿은 매력적인 공간에서 펼쳐진 전시는 11월24일까지 열리며,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이 주관하고 PKM갤러리가 협력하며 김인혜 전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장이 기획을 맡았다.



베네치아에서 ‘민주 ‧ 인권 ‧ 평화 가치를 문화적으로 공유하는 장’ 펼친 ‘광주비엔날레’, ‘우리’가 되는 진풍경 연출하기도

또 다른 병행전시로는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 <마당-우리가 되는 곳Madang- Where We Become Us>이 있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이하 재단)이 주관한 이 전시는 4월18일(~ 11월24일) 일 지아르디노 비안코 아트 스페이스Il Giardino Bianco Art Space에서 개최되었다. 재단 박양우 대표이사는 ‘광주 지역 고유한 정신을 바탕으로 한 민주 ‧ 인권 ‧ 평화 가치를 인류 공동체와 나누고 함께 공감하는 장을 마련하였다’고 밝혔다. 전시에는 재단이 소장한 작품 두 점과 기록물 그리고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했던 세 여성 작가 김실비, 김아영, 전소정 작품을 공개하였다. 그리고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이 소장한 유물 ‘양은 함지박Tin pot’을 함께 전시하였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의 소장품이자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에 출품된 크초Kcho의 ‘잊어버리기 위하여To Forget’(1995)를 개막식에서 둘러보는 모습 / Courtesy of Gwangju Biennale

‘제1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으로, 백남준이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기리며 제작한 ‘고인돌Dolmen’(1995)이 이탈리아 베네치아 일 지아르디노 비안코 아트 스페이스Il Giardino Bianco Art Space에 전시된 모습.

열 네 번 이어온 ‘광주비엔날레’ 연대기를 한눈에 보는 아카이브 섹션 / Courtesy of Gwangju Biennale

‘광주비엔날레’ 30년 역사를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서 ‘제1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으로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기리는 백남준의 ‘고인돌Dolmen’(1995) 작품이 전시장 중심에 설치되어 그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작년까지 열네 번 이어온 ‘광주비엔날레’ 연대기를 한눈에 보는 아카이브 섹션에는 전시 포스터와 리플렛, 전시 작품목록, 사진, 전시 도면 등이 진열되어 있다. 그동안 전시에 참여했던 기획자와 작가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광주비엔날레, 30년의 시선>도 함께 재생된다. 지난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한 바 있는 김실비, 김아영, 전소정 세 작가는 소수자와 난민 이야기를 영상 매체로 풀어내어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주제를 아우르는 동시에 미래로 나아가는 한국 현대미술 흐름을 잇는다.

주먹밥을 만들어서 나누는 즉석 퍼포먼스가 끝난 후, 광주비엔날레 특별 전시장은 그야말로 전시 제목처럼 우리가 되는 ‘마당’을 이루며 국내외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이날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은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를 포함한 해외 미술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개막식에서 한국 역사 한 페이지를 펼쳐 세계인들이 함께 ‘우리’가 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재단 관계자들은 광주에서 민주화운동 당시 사용한 함지박 유물 소개가 끝나자마자 바로 광주 어머니가 함지박에 담았다는 주먹밥을 만들어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과 나누었다. ‘베니스비엔날레’ 전시가 열린 곳곳에서 문화를 둘러싼 권력 · 서구권 · 비서구권 기준과 시각, 이방인 · 소수자를 주제로 돌고 도는 담론을 치열하게 쏟아내고 있었지만, 여기 이 순간만큼은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주먹밥을 먹는 참석자들 모습에서 하나가 된 공동체를 떠올리게 하였다. 오는 9월에 열릴 ‘제15회 광주비엔날레’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Words & photographs by Koeun Lee
Still. Courtesy of La Biennale di Venezia
Still. Courtesy of Arts Council Korea
Still. Courtesy of Gwangju Biennale
Still. Courtesy of Yoo Youngkuk Art Foundation
Still. Courtesy of PKM Gallery
Still. Courtesy of Kukje Gallery and Lehmann Maup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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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의자 여행자’ 리너스 반 데 벨데, 허구와 현실을 오가는 예술적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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